소소한 고집

제1부
꽃에 관한 진담•13/살구•14/나비를 부른다•16/옛사랑•18/천변에서•20/봄날은 간다•22/태풍의 계절•23/신의 영역에 도전한 건 본의가 아니다•24/박하•26/나는 구른다•28/정독도서관•30/보리수 씨앗을 만지다•32/구월 정원•34/가볍게 단순하게•35/첫눈•36/봄을 맞는 방식•38/꽃샘바람•40/빛 스텝•42/새해 첫날•44

제2부
빛에 관한 기술•47/죽을힘•48/나는 모른다•50/입추•52/가을날•54/잡초•56/원주천•58/살아났다•60/밥그릇•62/실패 갖고 노는 날•64/나팔꽃•66/태풍에도 꿈쩍 않는 무당거미와•68/봄의 산에서•70/장 뤽 고다르•72/잡초에 대한 단상•74/눈 쏟아지는 봄날•76/공치는 달인•78/가을 소풍•80/참외밭•82/구름중독자•84

제3부
밥그릇에 베이다•87/물소의 뿔•88/죽음을 화제로 삼아도•90/음모•92/시인의 초대•94/갤러리 박•96/복자 언니•98/수선가게•100/봄의 출사(出寫)•102/탈의실에서•104/구름감상협회•106/마음을 어떻게 읽는가•108/봄봄•110/엄마, 우리 엄마•112/낭만 감귤•114/태풍의 눈•116/구애•118/통하자, 우리•120/합창•122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123

서랍 칸칸이 꽃씨들 넣어 둔다

맨땅에 막 뿌려도 싹트는 꽃씨
아주 오래 침묵하는 꽃씨
한번 뿌리면 매년 꽃 피는 꽃씨

나비 보고 싶다는 사람과
꽃을 사이에 두고
진담만 나눈다

씨앗은 몸속에 회오리바람을 품고 있다
작은 씨앗도
드릴처럼 벽을 뚫는
나선운동을 한다
어둠 속을 뻗어나가는
천 개의 세포

씨앗과 함께 겨울을 넘자
― 「꽃에 관한 진담」 전문

이름 그럴싸한 희망
겁 없이 빌렸다

이자가 마구
나를 굴린다

개나리, 샛노래진다
하늘, 새파래진다

희망은
손으로 뜬 모래처럼

차창 밖으로 휘이익
뭉개지는 바다

제대로 뭉개진다
희망
희망
― 「봄날은 간다」 전문

빛이 제일 좋은 시간은 오후 4시야
(왜 그런지 생각한다)

사진 찍을 사물과 친해지는 게 좋아
(그 방법 연구한다)

대상이 너를 부를 때 다가가
(거리 좁히기는 실수 통해 배운다)

빛과 사물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
(마음이 셔터를 누른다)

빛의 양은 네가 조절해
(더 놀라운 게 보이는 빛을 찾는다)

아, 한도 끝도 없는
빛 다루는 기술
― ｢빛에 관한 기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