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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91159098758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0-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미생물의 세계 속 인간의 역사
1.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생물, 효모
우연이 선물한 환상의 음료
와인에서 발견된 생명체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아라
복수의 맥주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이크로 가축
후발주자 라거는 어떻게 1위가 되었나
새로운 스타 효모의 탄생
2. 감염병 주범 정보를 흘린 스파이, 포도상구균과 콜레라균
고깃국을 둘러싼 200년 된 논쟁
두 병동의 사망률 미스터리
손 씻기를 권하다가 쫓겨난 의사
산욕열을 없앤 의사의 고독한 싸움
수상한 죽음과 뒤늦은 스포트라이트
마을의 물 펌프 손잡이를 뽑아버린 의사
산업혁명이 부추긴 콜레라 밀입국
여름휴가가 선물한 콜레라 백신
조선을 뒤흔든 신종감염병
불평등의 질병
3. 성경 속 역병에서 생물무기까지, 탄저균
로마의 새 부리 의사와 마스크의 역사
노벨상으로 이어진 시골 의사의 취미
동서양의 고문헌 속 탄저병
고려시대 탄저병의 서글픈 기원
탄저균 폭탄과 백색 가루 테러
두 라이벌 과학자의 오해와 경쟁
4. 은밀하고 음흉하게 역사 곳곳에 도사린 복병, 매독균
매독균에게 친절했던 친절왕 샤를 8세
천벌로 여겨진 병의 수많은 이름들
아닌 척 뒤통수치는 음흉한 균
끝나지 않은 기원 논쟁
나무 수액에서 살바르산까지, 매독 치료의 역사
5. 제1차 세계대전 참전 미생물, 발진티푸스균과 독감 바이러스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
미 군함에 무임승차해 참전한 미생물
바이러스 탐정의 1918년 인플루엔자 추적기
1918년 인플루엔자의 후손들과 팬데믹
6. 수많은 생명을 살린 행운의 곰팡이, 페니실륨
콧물과 곰팡이가 선물한 항생제
0.1g의 정제된 페니실린을 얻기까지
과일 진열대에서 만난 귀균
페니실린을 둘러싼 공익과 자본주의의 대립
만약에 페니실린이 없었더라면
만병통치약이었던 페니실린의 한계
7. 인류 최다 감염병의 주인공, 결핵균
수천 년간 인류를 괴롭혀온 의문의 병
뚜껑 덮는 접시와 우무의 놀라운 능력
페니실린을 무력화시킨 결핵균의 비책
세균으로 세균을 잡는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이 만들어낸 적
세균 먹는 바이러스의 데뷔
불주사의 추억과 결핵균의 선한 영향력
8. 인간 중심주의에 날리는 경고, 한타바이러스
6·25 전쟁과 신종감염병의 등장
한탄강의 이름이 붙은 바이러스
무명 바이러스라 불리게 된 바이러스
기후 변화와 감염병의 불편한 상관관계
피로 물든 장미와 함께 꽃핀 영국 발한병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
9. 그리스 문명과 제국주의의 운명을 바꾼 미생물, 장티푸스균
펠로폰네소스 전쟁 속 보이지 않는 복병
최신 바이오 기술로 밝혀낸 아테네 역병의 정체
티푸스는 다 비슷하다?
장티푸스 백신 1호 논쟁
장티푸스 백신이 보호한 제국주의
한 미국인의 이름 앞에 장티푸스가 붙은 이유
10. 두 얼굴의 미생물 가문, 클로스트리듐
인류의 탄생부터 함께한 파상풍
유럽 경제 위기와 소시지 중독
무시무시한 생물무기에서 의약품으로 변신한 독소
영국을 구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도운 세균
난치병 환자를 살리는 똥은행의 설립
에필로그: 미래 인류의 가장 큰 조력자, 미생물
+ 참고 문헌
+ 이미지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직 효모의 존재 따위는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바바리아 사람들의 입맛은 숨은 진실을 감지했다. 여름에 양조한 맥주와 겨울에 양조한 맥주는 그 맛이 확연히 달랐다. 여름에 빚은 맥주는 고온에서 발효하는 효모가 작용한 에일이었고, 겨울에 빚은 맥주는 저온에 발효하는 효모가 작용한 라거였다. 겨울 맥주는 깔끔한 맛을 가지고 있고, (흔히 광고에서 “캬~”라는 감탄사로 표현하는) 목 넘김이 시원한 데다 겨울에 변질도 잘 안 되어서 오랫동안 보관하며 즐길 수 있었다. 이에 마침내 1553년, 바바리아 군주는 여름(4월 23일~9월 29일)에는 맥주 양조를 금지하는 법령을 포고했다. 이제 바바리아에서는 추위에 약한 에일 효모는 설 자리를 잃었고 추위를 즐기는 라거 효모는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한참 뒤 19세기에 등장한 냉장고는 라거 양조를 1년 내내 가능케 했다. 이런 특혜를 등에 업고 라거는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테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테러의 충격에 휩싸여 혼비백산하던 중에 보이지 않는 테러의 공포가 엄습해왔다. 9·11 테러 직후 ‘백색 가루’가 동봉된 우편물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 배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스물두 명이 탄저병에 걸려 다섯 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탄저균 테러가 더는 확대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는 생물테러에 대한 경각심과 테러 예방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 후 우편으로 배달된 백색 가루의 정체가 바로 탄저균 내생포자다. 탄저균을 대량 배양하고 악의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주어 내생포자를 만들게 한 다음, 이를 백색 가루로 제조한 것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포자를 만드는 세균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지혜롭다는 뜻이 담긴 인간의 종명, 사피엔스(sapiens)가 무색해지는 행위였다.
다시 6년이라는 각고의 시간이 지난 1928년, 이번에는 플레밍에게 행운의 곰팡이가 찾아왔다. 황색포도상구균을 키우던 배양 접시가 푸른곰팡이로 오염되었는데, 그 곁에는 세균이 없었다. 참고로 미생물학에서는 미생물을 순수 배양할 때, 다른 미생물이 밖에서 들어와 자라는 상태를 오염이라고 한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라 직감했다. 우선 푸른곰팡이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페니실륨(Penicillium)’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페니실륨은 그림 붓을 뜻하는 라틴어 ‘페니실루스(penicillus)’에서 유래했다. 이 곰팡이를 현미경으로 보면, 무성 포자가 마치 빗자루에 달린 비처럼 붙어 있다. 곰팡이 가운데 20% 정도가 무성 생식으로 번식하는데, 페니실륨은 양성 생식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무성 생식형으로 바뀐 경우로 추정한다.
곧이어 이 푸른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폐렴균과 임질을 비롯한 여러 병원균에 두루 효과가 있음을 알아낸 플레밍은 ‘페니실린(penicillin)’이라는 이름을 붙여 실험 결과를 이듬해 학술지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