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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와의 자기관리 일주일

신부와의 자기관리 일주일

김리원 (지은이)
들녘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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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와의 자기관리 일주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신부와의 자기관리 일주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9255908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0-11-20

책 소개

김리원 장편소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를 갖고 있다. 유정이는 인어공주를 좋아하는 소녀다. 보육원에서 자란 유정이는 뚱뚱한 외모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유정이의 피나는 '자기관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목차

프롤로그
8월 9일 월요일 막장 드라마와 흰 사제복의 신부神父
8월 10일 화요일 사악한 신부와 자동차 안의 미인
8월 11일 수요일 성당 앞 교회의 공짜 커피 맛
8월 12일 목요일 자기관리를 방해하는 사람
8월 13일 금요일 핍진성의 산실
8월 14일 토요일 해피 버스데이 투 유
8월 15일 일요일 동화의 끝

저자소개

김리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부산 출생. 장편소설 『신부와의 자기관리 일주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E-IP 마켓 공식 선정작이 되었다. 두 번째 소설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와 그가 주운 고양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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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가 부순 시아 언니의 광고판을 바라보았다. 내 허벅지에 걸려 가냘픈 허리가 부러진 시아 언니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조명들이 내 쪽을 환히 비추며, 땀에 젖어 번들대는 팔다리와 나뒹구는 체리45 음료 캔을 드러냈다. 나는 바닥만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내 수명의 십 년이 깎인다 해도 오케이 할 거야. 그때 갑자기 좋은 냄새가 훅 풍기더니 커다란 손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놀라 올려다보니 재성 씨가 웃고 있었다.
“다치지는 않았니?”
나는 재성 씨가 내민 손을 멍하니 보았다.
“재성 씨라고 부르렴. 네가 가장 어리긴 하지만, 여기 있는 소녀들 모두와 나는 앞으로 허물없이 지내야 할
사이잖니?”
수십 개의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나는 나뒹굴고 있는 체리45 음료 캔을 그러모았다.
미쳤나 봐. 도대체 왜 이러고 있어. 나는 급히 말했다.
“재성 씨, 이거 제가 다 먹으려고 한 거 아니에요. 보육원 애들한테도 주려고 했어요.”
“알겠다. 그럼 같이 음료를 나누어 주러 보육원으로 갈까?”
쉼 없는 플래시 속에서 재성 씨가 웃었다. 재성 씨는 나의 인어공주 동화책에서 빠져나온 검푸른 옷의
왕자님이었다._프롤로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재성 씨는 나를 이 집에 살게 해주고 예쁜 방과 화장품도 주었는데……. 나는 몰래 과자를 사 먹기만 했어. 내가 재성 씨라도 화가 났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택의 화병 속 꽃대를 닮은 언니들의 몸매를 보면, 뭐라도 먹고 토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비포, 변하겠다고? 지금까지의 너의 행동을 보건대, 나는 믿을 수가 없어.”나는 재성 씨 앞에 무릎을 꿇고 매달렸다.
“죄송해요, 뭐든지 할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나를 재성 씨가 일으켰다.
“그래……. 내가 너를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비포, 너는 내게 특별해. 날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아이지. 그렇지 않니?”
내가 재성 씨에게 특별하다고? 그렇구나, 재성 씨는 날 좋아하는 거였어.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비포,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말인데, 부탁 하나 들어주겠니?”
“네, 뭐든지 할게요!”
재성 씨가 미소를 보였다. 재성 씨가 멀티비전을 향해 리모컨을 누르자 화면에 ‘재성 씨 In 청춘콘서트’란 플래카드가 나타났다. 사제복을 입은 그 신부님도 보였다.
재성 씨가 말했다.
“알아보겠니?”
“네. 아까 그 신부……잖아요. 나쁜 사람.”재성 씨가 웃었다.
“저자는 사람을 피해 다니는 데다 남자면 이유 불문 만나지 않아. 심지어 십 년 된 성당 벽지를 실크 벽지로 교체하는 지원을 해주겠다고 해도 거절했지. 도무지 성당 안에 사람을 투입할 길이 없어. 그래도 미사가 끝나면 간간이 노인네나 동남아 여자들, 어린애들의 말은 받아주더구나. 그러니 네가 저자의 폰을 빌려 어플 하나만 설치할 수 있겠니?”
“어플이요?”
“몰카 어플이야. 저자의 폰을 빌려 인터넷 창에 주소를 입력해 엔터만 치면 설치가 끝난다. 1분도 안 걸릴거야.”
재성 씨가 메모지를 내밀었다. 아마 불법 촬영 어플의 주소 같은데, 나는 알파벳을 몰랐다. 재성 씨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열 자 내외니 모양대로 외울 수 있을 거다. 설치에 성공하면, 내일이라도 생일 선물로 미리 다이어트 주사를 맞게 해주마. 너는 일주일 만에 인생이 바뀔 거야. 생일에, 너는 완전히 변한 자신을 선물로 받아드는 셈이지.”
45킬로그램이 되면 재성 씨의 팔에 가벼이 안길 수 있을 거야. 재성 씨가 시아 언니를 보듯 나를 사랑해주는 재성 씨만의 뮤즈가 될 수 있어. 그러려면 지금 뭐든 해야 해. 나는 불법 촬영 어플의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받았다. _8월 9일 월요일 막장 드라마와 흰 사제복의 신부


드디어 미사가 끝났다. 신부님이 우르르 몰려나온 신자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지루하지만 계속 기다리자. 신자들이 다 빠져나간 후 신부님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성당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나처럼 사람들이 사라지길 기다렸는지, 길쭉한 차가 순간 미끄러지듯 성당 앞에 섰다.
차창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삼십 대 초반, 아니면 이십 대 후반인가? 하얗고 섬세한 얼굴이었다. 긴 생머리에 가냘픈 팔이 비치는 옅은 색 블라우스가 정말 잘 어울렸다. 조폭 아저씨가 신부님에게 말한, 잊어버리라는 여자가 저 사람인가?
조심히 엿보는데 신부님이 차 앞에서 여자와 몇 마디를 나누었다. 뭐라는 거야. 폰을 돌려줘야 하는데 빨리 좀 끝내지. 갑자기 신부님이 화난 얼굴을 하더니 냉큼 차 문을 열고 여자의 옆자리에 탔다. 신부님이 여자랑 같이 차에? 내가 눈을 의심하는 사이 차가 부웅,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_8월 10일 화요일 사악한 신부와 자동차 안의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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