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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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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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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드리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59259258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게임 회사 CEO이자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추앙받는 ‘명우’, 사고로 딸의 잃은 슬픔에 잠긴 ‘필립’, 냄새를 맡는 것마다 온 세상의 고통이 느껴지는 ‘여정’,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게 취미이지만 동시에 망나니 기질로 넘쳐나는 ‘기철’. 이 네 사람은 현재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한때는 친구였다. 기이한 힘을 가진 한 수첩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목차

1부 네 사람이 과수원에 들어갔는데
그들의 이름은
수정 같이 맑은 대리석에 이르렀을 때
거짓말을 하는 자는 나의 목전에 서지 못하리라
그것을 바라보고 죽었다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1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2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3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4

2부 긴 담벼락을 따라 당신은 달리고 있다

반신전쟁
앞마당에는 박꽃이 피어 있다
안에서는 아마 고문이 행해지고 있고
당신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
어떤 현실이 필요할까요
당신은 빈털털이다
그런 꿈을 꾸지 않으려면
담벼락 안에서는 아마

3부 그대가 꿀을 발견했는가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1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2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3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4
그것을 충분한 양만큼 먹되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1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2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3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1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2

에필로그_ 너구리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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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자소개

모래 (지은이)    정보 더보기
환생 보험 사업이 활개를 치는 근미래 사회를 그린 블랙 코미디 단편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수록)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다. 사학과 여성학을 공부했고, 석사 논문으로 『성적 환상으로서의 야오이와 여성의 문화능력에 관한 연구』를 썼다.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사 년을 보냈다. 단체 활동가, 국책 연구소 연구원, 전시관 교육 기획자, 대학 교직원, 요가 선생, 가게 점원, 쇼핑몰 사장, 이런저런 잡글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억, 영성, 젠더, 동물에 대해 질문, 혹은 농담을 던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사이보그 보모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그린 SF 단편 「로바」(『글리치 엑스 마키나』 수록), 갱년기가 닥친 촉수괴물 외계공주 이야기 「변신」(『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수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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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지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변색해서 나달거렸다. 명우는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글씨의 메모가 가득했다. 처음에는 한문이나 한글인가 했지만, 둘 다 아니었다. 군데군데 그림도 있었다. 도끼나 삼지창 따위의 무기, 북과 피리 등의 옛날 악기, 염소, 소, 코끼리, 개, 뱀 등 동물 머리를 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성교하는 모양, 또는 머리가 여럿 달린 사람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사람의 해골, 동물의 해골, 신체 여러 부위의 뼈 그림도 있었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서툴게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전문가가 세심하게 그린 것 같기도 했다. 명우는 그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하나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목이 잘린 벌거벗은 여자가 한 손에는 잘린 머리를,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여자가 명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명우는 뒤통수와 정수리에 전기가 통하며 발가락 끝까지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 뒤에서 누가 수첩을 가로채는 통에, 명우는 정신이 들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장대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택시의 창문을 두들겼다. 택시가 빗물에 젖은 거리를 달리자, 빗물이 유리창까지 튀어 올랐고 바퀴는 새된 소리를 냈다. 갑자기 모든 것이 폭력적으로 아름답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른 새벽 도로에 차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명우는 이 모습 뒤에, 폐허가 되어 식물로 뒤덮인 도시, 저 밑에는 핏물로 출렁이는 바다를 간직한 본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수첩만 가지게 되면,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네 시간 뒤에도 하늘은 어두컴컴했다. 몇몇 간판만 어렴풋하게 밝았다. 차들은 밀도 높은 어둠을 가르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여정은 아무도 없는 거리 벤치에 앉아 수첩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첫 번째 페이지는 텅 비어 있었다. 여정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끝까지 모든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어젯밤 필립을 구급차에 태워 보낸 후, 여정은 거리에 앉아 수첩을 보면서 밤을 새웠다. 이제 다시 버스가 다니기 시작할 시간이 됐다. 여정은 수첩을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버스 정류장 칸막이에 비친 자기 모습이 놀랍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버스가 왔다.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신비한 계시를 던지며 여정을 불렀다. 첫 차를 모는 버스 기사의 구부정한 등에 생의 비밀이 업혀 있었다. 버스 안에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여정이 버스를 탔을 때, 여정은 자신을 환영하는 박수갈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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