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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59318702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2-11-10
책 소개
목차
돌의 생각
어디로
나는 바다를 껴안고 싶다
백치
타락론
속 타락론
바람박사
한바탕 마을 소동
벚나무 숲 속 만개한 꽃그늘 아래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주
리뷰
책속에서
그래서 나는 아버지의 사랑 따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히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겠지만 내게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 아버지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려가 먹을 갈아주는 관계이며, 아버지의 우거지상을 보고 심기가 불편해지고 그러다 뭔가 잔소리를 듣고는 화를 내며 돌아서 나올 뿐이었다. 그랬기에 ‘아버지의 사랑’ 같은 말은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만큼 나와는 무관한 것이었다._<돌의 생각>
여자의 몸이 내 방에 기거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어차피 오십보백보다. 냄비와 솥, 식기가 살기 시작했다. 내 영혼은 퇴폐하고 황폐해졌다. 이미 여자를 소유해버린 나는 식기를 방에서 몰아낼 만큼의 순결에 대한 정절을 상실해버렸다. 나는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총채질하는 모습 따윌 보고 있느니 차라리 길거리에 나가 귀신같이 생긴 여자 걸인을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에 먼지가 한 뼘이나 쌓여 있다 해도 여자가 그걸 쓸어내기보다 그냥 먼지 속에 앉아 있어주길 바란다._<어디로>
나는 옛날부터 행복을 의심하고 그것의 작음을 슬퍼하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겨우 행복과 손을 끊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나는 이제 다시 처음부터 불행과 고통을 찾아나서는 거다. 이제 행복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행복 같은 건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여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려는 생각 따위는 해선 안 된다. 인간의 영혼은 영원히 고독한 것이니까. 나는 아주 위세 좋게 이런 염불 같은 생각을 했다._<나는 바다를 껴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