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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394638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5-12-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뭍으로
상식인
길 잃은 왕자
숨 나눠 받기
눈앞의 용을 증명하시오
일상도 판타지가 되나요
우산 속에서
동침에의 요구
용꿈 피하기
용 조교
여래의 전투
오늘의 마음
제주도
평범한 데이트
재회
엄마
짧은 인연, 긴 그리움
에필로그 - 화창한 봄날에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형들이 저렇게 널 못 잡아먹어 안달이면. 큰형을 찾아 돌아간다 해도…….”
“일단은, 날 못 잡아먹게 해야지. 아주 잡아먹기 불편하게. 딱딱하게.”
그동안 윤이 어떻게 버티면서 살아왔는지 느껴져서 여래는 아무 말도 못하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네가 왜 그렇게 뻣뻣한지 이제 알겠다.”
윤은 팔을 구부려 머리를 괸 채로 여래를 보며 옆으로 누웠다.
“내가 뻣뻣해?”
“그래. 뻣뻣하고, 딱딱하고.”
그 말에 여래를 빤히 보는 채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윤이 말했다.
“내 입술은 그렇게 딱딱하지 않았을 텐데?”
그 말에 여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리고 이내 놀리는구나 싶어 하얘졌다. 여래의 안색 변화를 보며 윤은 더 즐거워 보였다.
“확인해 볼래?”
윤의 얼굴에 스친 미소를 보면서 여래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우리, 이것 좀 확실히 하자. 그래, 난 일개 인간이고,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무 느낌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서로 예의는 지키자. 괜히 사람 놀리고 그러지 말고.”
여래는 최대한 어른스럽게, 사무적인 톤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를 좋아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나, 입 맞출 때마다 혼란스러웠던 느낌, 그리고 느닷없던 꿈까지 모두 그저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자신에게 주입하는 듯한 어투였다. 여래는 또렷하게 선을 긋는 것으로 아직도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다.
윤은 그런 여래를 가만히 쳐다보다 말했다.
“난 아무 느낌 없다고 한 적 없는데?”
숨이 멈췄다. 여래는 숨이 멎어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윤은 포식자의 시선으로 여래를 보고 있었다.
“나도 남자야.”
윤은 말과 함께 여래를 확 잡아당겼다. 여래는 윤의 가슴팍에 엎어진 채로 눈도 감지 못하고 윤을 바라보았다. 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로 여래를 바라보았다. 여래가 밀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싱긋 웃으면서 놓아주지 않았다.
“갈 거야? 갈 거면 놓아줄게.”
여래는 차마 가겠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말을 하면 거짓말이 되고, 말을 안 하면…… 거기에서 생각이 멈췄다. 윤의 입술이 아주 가까이서 보이고, 숨결이 뺨에 느껴졌다. 검은 바다 같은 까만 눈이 여래를 한없이 보고 있었다. 세상이 모두 멈춘 듯 적막하고 여래의 시선에는 윤만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