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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795954
· 쪽수 : 190쪽
· 출판일 : 2023-07-20
목차
004 • 글머리
1부 나의 농막으로
시
12 • 술맛, 살맛
14 • 술, 고프다
16 • 가을 즈음에
20 • 기억 지우기
27 • 달맞이꽃
32 • 나의 농막으로
38 • 브라보, 봉준호!
42 • 앵두가 익을 무렵
48 • 시간 속에 갇히다
2부 약, 꽃으로 피다
시
56 • 부탁
58 • 불면과 시
60 • 삶을 감당하다
65 • 약, 꽃으로 피다
71 • 화무십일홍
76 • 새드 무비Sad Movie
82 • 낭만도둑
88 • 말, 말, 말.
93 • 근황
3부 병상일기
시
104 • 미안해
106 • 꽃다발
107 • 새해 소망
111 • 병상일기
118 • 사람을 만나다
124 • 「태백산맥」을 추억하며
129 • 수술 5년 후
133 • 시간의 강물 2
138 • 사는 일, 시시하다
4부 쓸쓸함을 위한 묵상
시
144 • 눈 내리는 날
146 • 가을, 끝자락
148 • 친구 순금이
155 • 옷의 노예
161 • 읍성 산책
167 • 적과의 동침
175 • 피서지에서 생긴 일
180 • 쓸쓸함을 위한 묵상
185 • 어떤 공포
저자소개
책속에서
첫 작품집을 발간한지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병이 진행되어 뇌심부자극술(DBS)을 받았고, 지난 3월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2차 수술을 하였습니다. 기계의 명령에 순종하며 조심스럽게 하루들을 보내는 중입니다.
수술은 저로 하여금 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도 주었습니다. 몇 년 동안 혼신을 다해 전압 조절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이곳이 좋으면 저곳이 나빠지고, 저곳을 맞추면 이곳에 탈이 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지치고 화가 나고 슬프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초주검이 되기도 했지요. 겪어봐야 깨닫는 미련퉁이였기에 이제야 그것들조차 욕심이었다는 걸 인정합니다. 무력한 자기변명인지는 모르지만, 항복이 아닌 순응이라고 오늘의 저를 말하고자 합니다.
지금 저는 잘 걷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아팠지만, 신은 제게만 혹독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동안 아프다는 핑계로 밀쳐두었던 글을 다시 매만집니다. 최소한 1집보다는 더 좋은 글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없지는 않지만 솔직히 그럴 자신은 없습니다. 어렵거나 화려한 수사보다는 병이 제게 가르쳐 준 것들을 진솔하게 풀어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적어도 제 자신에게만은 크나큰 위안이 될 것이기에 졸필 앞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저를 부축하느라 함께 흔들리고 함께 넘어지면서도 매순간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남편과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2023년 칠월의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