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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59920042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16-04-28
책 소개
목차
01 철학과 식물학 | 나무, 지식, 능력 | 규칙과 법칙 | 철학과 이론 | 용어의 이모저모 | 02 식물학사의 윤곽 | 식물학의 뿌리 | 르네상스 시대: 식물학 문헌의 개화기 | 식물의 역사: 다양성의 목록 | 식물물리학: 식물의 생애 | 집중과 전문화 | 연속과 단절 | 03 명명법과 합의 | 어원의 함정 | 이름을 붙일 권한 | 고독한 산책자와 열거의 즐거움 | 라마르크의 온건한 린네주의와 명명법 | 철학적 경쟁 | 지방명을 보존할 것인가? | 철학자와 보편성과 권력 | 04 분류: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사이 | 퐁트넬과 다양한 분류법 | 라이프니츠와 식물의 성 | 가능한 계산 | 결정과 분류 | 식물분류법과 식물해부학 | 연속성 대 불연속성 | 05 목적, 형태, 기형 | 꽃은 어떤 역할을 할까? | 풀잎을 설명해줄 뉴턴이 나올까? | 자연이 직접 하는 실험 | 잎의 배열 | 꽃의 아름다움이 식물에게 도움이 될까? | 맹목적 합목적성 | 06 진화에 사로잡힌 식물학 | 흔적기관과 손재주꾼 | 계통과 분류 | 화석과 자연경관 | 07 식물, 공간, 시간 | 서식지와 원산지 | 교대와 순환 | 천이와 균형 | 지배와 자산 | 08 식물학의 주관성 | 몸에 이로운 지식 | 식물의 혼인 | 다양한 개체성 | 있을 법하지 않은 감각 | 주관의 올바른 사용 | 외관: 뭔지 모르는 어떤 것 | 09 흑고니와 늘푸른참나무 | 모순적인 귀납법 | 실재론과 유명론 | 종류 혹은 종 | 본질주의는 실재론인가? | 10 식물학적 방법으로 분류하기 | 계界를 넘나들다 | 식물군락의 분류 | 질병의 분류 | 학문의 분류 | 예술작품, 법, 언어, 민담, 감정 | 맺는 글 | 위인의 전설 | 식물학자의 그림자 | 상상의 식물도감 | 감사의 말 | 참고문헌 | 주석 | 인명 찾아보기 | 그림 목록
책속에서
01 철학과 식물학
포르투갈 외교관을 지내기도 한 호세 코레이아 다 세라의 글에 등장하는 ‘식물철학자’라는 표현은 무슨 의미일까? 그는 1811년 발표한 외배유外胚乳에 관한 논문에서 “식물철학자들은 식물의 생애에서 종자 부위가 맡은 역할에 대해 같은 의견을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_22쪽
데카르트는 《철학의 원리》 서문에 역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으면서 베이컨이 사용한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나무의 비유를 들었다. “따라서 철학은 전체적으로 한 그루의 나무와도 같다. 뿌리는 형이상학, 밑동은 물리학, 밑동에서부터 뻗어 나온 가지들은 여타의 모든 학문들이다. 이 학문들은 크게 세 가지 주요 학문, 즉 의학, 역학, 윤리학으로 귀착된다.”_28쪽
데카르트는 저서마다 그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지식의 체계와 분류, 즉 전체가 모여 철학을 이루고 그 중간에 물리학이 자리한 형태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여기서 물리학은 《철학의 원리》 서문에 명시되어 있듯 우주의 구성만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본성은 물론 ‘식물의 본성’까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 지식의 나무에서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 차지하고 있는 이 자리는 물리학의 일부에 해당하며, 물리학의 자리는 또다시 철학에 속한다._30쪽
식물 애호가는 엄밀한 의미의 식물학과는 무관하게 식물이 지닌 약효 등으로 인해 식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말한다. 엄밀한 의미의 식물학자는 다시금 채집자와 방법론자로 나뉜다. 방법론자에는 철학자, 분류학자, 명명학자가 포함된다. 식물 분류학자는 식물을 분류하는 일에 종사하고, 식물 명명학자는 식물의 명칭에 관해 연구한다. 그리고 식물철학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식물철학자는 웅변가, 논쟁가, 생리학자, 제정자와 같은 사람으로, 식물학을 합리적 원칙에서부터 출발해 학문의 형태로 환원했다.”_32쪽
02 식물학사의 윤곽
식물학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 식물학자 율리우스 폰 작스(1832~1897)가 내놓은 것이다. 1872년에 발표했는데 지금까지도 참고할 만하므로 작스의 식물학사는 기념비적인 역사 기록에 속한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나 1981년 출간된 앨런 길버트 모턴의 《식물학의 역사》는 자료를 기초로 한 정확한 책이다. 최근에 나온 조엘 마냉 공즈의 식물학사는 명확하면서도 삽화를 포함한다는 특징을 지녔으며, 실질적 개론서로서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물론 식물학사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과 일반적인 학문의 역사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게다가 특정한 시기, 국가, 주제, 저자에 관한 뛰어난 연구들도 많다. 프란스 스타플뢰와 리처드 코완의 《분류학 문헌 연구》 개정판은 식물학자와 역사학자에게는 참고문헌을 검색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준다_51쪽
인쇄술은 책을 여러 부씩 찍어낼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의 보급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관찰 중인 표본을 다른 사람이 설명하거나 그림으로 그린 것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식물을 말려서 모아놓은 초기 표본집들은 다루기 쉽고 여러 권으로 늘릴 수도 있는 그림책, 즉 식물도감으로 바뀌었고, 이 ‘종이로 된 정원’은 살아 있는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보완물이자 식물학자들의 필수적인 작업 도구가 되었다. 식물도감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루카 기니(1490~1556)로 알려져 있다._67쪽
생식 문제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영양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얀 밥티스타 반 헬몬트(1577~1644)의 선구적인 실험이 자주 언급된다. 헬몬트는 화분에 버드나무를 심고 물을 주면서 키웠다. 5년 뒤 버드나무는 자라서 무게가 늘어났는데, 흙은 아주 조금만 줄어들어서 줄어든 흙의 무게로는 늘어난 나무의 무게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헬몬트는 물을 주었기 때문에 버드나무의 무게가 늘어난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런데 이 대단한 실험에서 놓친 요소가 있었는데, 식물과 공기 사이에 기체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었다._81쪽
03 명명법과 합의
“언어는 인간 정신의 가장 훌륭한 거울이다.” 라이프니츠의 이 말에 많은 철학자들도 동의할 것이다. 《신인간오성론》의 저자 라이프니츠는 ‘문헌학’의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그와 같은 말을 했다. 또한 그는 ‘세계 모든 언어’를 위한 문법과 사전이 만들어질 것까지 예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 사물의 명칭은 (여러 민족들의 식물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대개 그 특성에 부합하는 만큼 그 문법과 사전은 사물에 관한 지식을 위해 요긴하게 쓰일 것이며, 인간 정신과 놀랍도록 다채로운 인간 정신의 활동에 대한 지식을 위해서도 쓰일 것이다.”_103쪽
투르느포르는 “같은 속에 속하는 종들 사이에 요구되는 유사성”은 “모든 사물의 창조자”가 식물 자체에 해놓은 “표시”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 창조자가 “우리에게 식물에 이름을 붙일 권한을 주었다”고 말했다. 식물의 종류는 신의 섭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 해도 그 명칭은 인간의 자유의지의 영역에 속한다는 뜻이다. 지금 백리향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식물이 박하라고 불렸을 수도 있고, 바꽃이라는 이름의 식물이 미나리아재비라는 이름을 지녔을 수도 있다. 투르느포르가 명칭에 대해 분석할 때 사용한 것이 바로 미나리아재비다._107쪽
린네는 속명을 위한 규칙을 정할 때만큼이나 정성을 기울여서 오늘날 식물학자들이 ‘기상記相’이라고 부르는 문장형 명칭의 구성과 형식, 길이까지 체계화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두 단어로만 이루어진 이명식 명칭에 명명자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도입한 뒤, 일상적으로 쓰는 명칭이라는 뜻에서 ‘실용명’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한 내용은 《식물철학》 8장에서 반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_112쪽
휴얼은 … “새로운 명칭 체계를 도입하는 권한은 위대한 발견자에게만 인정된다. 국가 최고 권력 기관만이 새로운 화폐를 유
통시킬 권한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폐와의 비교는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학 체계》에서도 볼 수 있다. “단어는 화폐와도 같아서 처음에 아무리 잘 만들어졌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으로 옮겨가는 동안 닳아서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어만 습관처럼 사용할 게 아니라 그 단어가 가리키는 현상 자체를 늘 생각하여 화폐에 각인을 찍듯 단어의 의미가 다시 뚜렷해지게 만드는 것이다.”_151쪽
식물학자들은 명칭의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고찰을 발전시켜왔고, 그 가운데 언어 철학의 주요 주제 가운데 몇 가지가 재발견되었다. 플라톤의 《크라틸루스》는 이 문제에 대해 기준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이 레키의 저서에는 명시적으로, 그리고 다른 학자들의 저서에는 재발견되거나 암시적으로 담겨 있다. 크라틸루스처럼 단어와 단어가 가리키는 실물 사이의 유사성을 인정하기보다 헤르모게네스처럼 언어의 합의적 특징을 강조하는 경향이 더 많은 식물학 이론가들은 언어 기호의 자의성과 유연성 사이에서 영리한 중재를 선택한 소크라테스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들은 소크라테스처럼 단어의 지식을 사물의 지식에 종속시키는데, 이는 분류법과 분류법의 용도에 관한 고찰로 이어진다._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