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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923289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1-02-2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1 살다 보면
2 과거에게
3 부부의 세계
4 윤명숙과 집
5 사람과 사람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요즘,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소묘에 재미 붙였다. 주위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 중에서 만만한 놈을 골라 그린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오랫동안 방치한 감각이, 종이 위에서 연필을 움켜쥐고 우왕좌왕하는 손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신바람 나게 그렸어도 영 신통치 않다. 그래도 잡동사니들과의 잡담이 즐거워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서 나는 계속 그린다.
_작가의 말
아무쪼록 별처럼 반짝이는 작품 하나 남기고 죽을 수 있기를… 단언컨대 이 욕구는 코로나 방콕으로부터 내 육신을 자유롭게 할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찰랑찰랑 넘치는 돌확의 물속으로 새파란 하늘이 녹아든다. 중정에서 주방 창문으로 거실 쪽을 넘겨다보니 남편이 TV에 시선을 꽂고 소파에 앉아 있다. 딴 세상 같다. 무심히 돌아서서 양팔을 힘껏 뻗고 기지개를 켠다. 세상이 요동을 쳐도 내 집 정원의 꽃은 나비를 불러들이고, 필시 까치 부부도 곧 맑은 물에 몸을 축이러 내 집에 다시 오리라.
_프롤로그
평소에도 외출이 잦은 편은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부터는 아이들도 발길을 끊었고 나도 집에 들어앉아 하릴없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바람도 쐴 겸 운동 삼아 설렁설렁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세월을 보낸다. 차 운전하며 휙 지날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구석진 곳에 오밀조밀 꾸며놓은 가게 안을 기웃거리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꽃집이다.
연희동 먹자골목에는 용케 꽃집이 세 군데나 있다. 동네에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이 많다 보니 그에 어울리는 개량종 야생초를 많이 갖다 놓는다. 나는 욕심껏 들풀 같은 야생초를 정원 여기저기에 잔뜩 심었다. 그래서 돌과 이끼만으로 고즈넉하게 꾸민 우리 집 정원이 내 손길에 의해 망가질 때쯤, 그 일도 더 이상 할 게 없어진 어느 날,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난 할 일을 찾아 서성대다가 냉장고 청소를 시작했다.
_<슬기로운 방콕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