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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997112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그 애
전개도
발화점
분수령
우리의 론도
못갖춘마디
데자뷔
롤러코스터 라이드
불연속점에 서서
에필로그
외전 - Continued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안녕, 서효주.”
“……안녕.”
“음료는 내가 살게.”
효주가 가방을 내려놓고 우선 지갑을 꺼내 들어 카운터로 향하려던 걸 진원의 말이 잡았다. 효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원이 뭘 사겠다고 말한 건 오랜만이었다. 매번 지갑을 꺼내는 걸 친구 사이엔 그러는 거 아니라고 효주가 제지한 후에는 진원이 먼저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내가 부른 거잖아. 뭐 마실래?”
“……카페라테, 차가운 걸로. 큰 거.”
“알았어.”
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효주는 진원이 맞은편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의자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쓸데없는 실수를 한 거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쓸데없는 말을 한 거면 기억이 안 난다고 잡아떼고, 토라도 한 거면, 모르겠다. 왜 나오라고 한 건지를 제대로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톡톡히 하고 왔을 텐데, 진원은 당연하게도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효주는 진원이 앞자리를 비운 동안 입고 있는 상의를 바짝 잡아당기면서 출처 모를 긴장감을 억눌렀다. 진원이 곧 주문을 마치고 돌아와 앉는 것을 살짝 시선만 들어서 흘겨봤다. 그랬더니 진원은 효주의 눈빛에 오히려 즐거운 얼굴을 했다.
“내가 불러낸 이유가 궁금해?”
“뭐?”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서. ‘빨리 용건이나 말해’ 같은 표정.”
진원이 가볍게 웃음소리를 냈다. 효주는 전혀 따라 웃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알면 빨리 말해 줄래.”
“알겠어. 그래. 그다지 시간을 끌 만한 말도 아니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였냐면.”
진원의 입술이 신기할 만큼 또렷하게 움직였다. 효주는 그 모양새에 집중하면서, 남들과 다를 게 딱히 없는데도 진원의 말에는 언제나 불필요할 만큼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진원이 자아내는 찰나의 침묵에도 등줄기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진원이 그런 효주의 긴장을 알아챈 듯 말을 내던졌다.
“나랑 만나자. 아, 친구로 말고.”
남자랑 여자로. 진원은 말을 끝맺곤 앞으로 몸을 기댔다. 효주는 그저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진원의 얼굴이 다가오는 걸 보고만 있었다. 진원의 말이 제대로 귀에 꽂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진원의 얼굴이 가까웠다. 바라본 얼굴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진원의 올곧은 시선이 효주를 꿰뚫었다. 팔뚝의 솜털이 곤두섰다. 방금 뭘 들은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걸 말한 당사자가 진심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