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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신부 - 하

폭군의 신부 - 하

(완결)

김청아 (지은이)
  |  
로코코
2016-09-02
  |  
1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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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미지

폭군의 신부 - 하

책 정보

· 제목 : 폭군의 신부 - 하 (완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998331
· 쪽수 : 544쪽

책 소개

김청아 장편소설. 이시하. 대제국, 하패란의 황제인 진의 총비. 눈을 떴을 때, 하리는 처음 보는 남자와 침대 위에 얽혀 있었다. 내 것이 아닌 몸, 하얀 살결 위에 피어 있는 민망한 흔적들. 그녀의 비명 소리에 들어와 부복한 이의 목을 아무렇지 않게 벤 남자는 피비린내 나는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사랑을 속삭인다.

목차

다가서는 발걸음
완연한 봄
내게만 좋은 사람
하리 vs 진
그의 발자취
폭군의 신부
Coda-진, 너의 그 말
닫는 글
외전. 암행
외전. 백일몽
후기

저자소개

김청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의 궁전에서 서로에게 행복이란 약속을 하는 것 - 아벨 보나르 출간작 《춘우》,《패륜의 꽃》,《뮤즈(MUSE)》,《닉스의 고백》, 《취하소서》,《봄-여섯 가지에 피다(공저)》 출간 예정작 《요괴 신부》,《반려의 각인》,《너의 그림자》 外
펼치기

책속에서

“진.”
그녀가 부르자, 그는 새신랑처럼 하얀 손으로 새 신부 같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극히 본능적으로 움직인 손이 등 뒤에 돋아나 있던 날개로 향했다. 날갯죽지에서 무언가 빠지는 느낌이 났다. 다소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이윽고 손끝에 남은 것은 신비스러운 느낌이 강한, 커다랗고 빳빳한 깃이었다. 투명한 하얀빛으로, 그 스스로가 발광하는 것만 같은 기괴한 느낌. 그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칼깃이었다. 익인이 반려와 주고받는다는.
“받아요.”
그녀가 칼깃을 내밀자 그는 순순히 그를 받아 들었다. 커다랗고 빳빳했으나 무게감은 없는 그 깃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그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것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돼요.”
하리는 나긋나긋하게 속삭였다. 그에 눈치로, 진은 그것이 칼깃이란 것을 알았나 보다. 그의 손에 파랑(波浪)이 일었다. 그리하여 꼭 움켜쥔 그녀의 칼깃이 부들부들 떨렸더란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후사고 뭐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진의 곁에 있는 건 싫으니까.”
“시하.”
감격에 인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는 알까. 그가 부르는, 그녀의 것이 아닌 이름이 심장을 쥐여 온다는 것을. ‘시하’조차 하리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면 칼깃을 주라고 그리 말했는데.
“무얼 그리 걱정하느냐. 내게는 당연히 너밖에 없다.”
상냥하고 다정하기에 더욱 잔혹한 말이 귀에 떨어졌다. 그를 사랑하는 하리에게, 그에게는 ‘시하’밖에 없다고.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상처가 되어 마음을 할퀴었다.
“반려라 하였다. 네가 내 유일한 사람이요, 사랑이니.”
이어진 그 말에 도리어 마음이 아팠다.
……아름다운 그에게로 흰색 칼깃이 스며들었다. 스르륵 녹듯 칼깃이 사라지자 꼭 그와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마음이, 또 육신이…… 오롯이 이어져 있는 듯한 기묘한 기분.
“사랑한다.”
그도 비슷한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심장에 손을 얹은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 그녀도 자연스레 입술을 벌려 사랑을 노래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와 마음이 이어졌기에 더…… 견딜 수가 없었다. 이어진 마음이 그녀가 아닌 다른 이의 것만 같아서 더더욱 아렸다.
그렇기에,
“……내가.”
하리는 마침내 지나간 몇 년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마음으로 울며 속삭이는 말이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운 바람 틈새로 널리 울렸다.
“시하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말해 줄 건가요?”
그를 올려다보는 보석 같은 파란 눈에서 구슬픈 물기가, 반짝였다.
“난 진이 알고 있는 이시하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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