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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신부 - 상

폭군의 신부 - 상

김청아 (지은이)
  |  
로코코
2016-09-02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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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신부 - 상

책 정보

· 제목 : 폭군의 신부 - 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998324
· 쪽수 : 464쪽

책 소개

김청아 장편소설. 이시하. 대제국, 하패란의 황제인 진의 총비. 눈을 떴을 때, 하리는 처음 보는 남자와 침대 위에 얽혀 있었다. 내 것이 아닌 몸, 하얀 살결 위에 피어 있는 민망한 흔적들. 그녀의 비명 소리에 들어와 부복한 이의 목을 아무렇지 않게 벤 남자는 피비린내 나는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사랑을 속삭인다.

목차

여는 글
시하
Coda-하리, 현실
그는 갱생이 필요하다
이빙(履氷)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외전. Coda-‘시하’, 반려(伴侶)

저자소개

김청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의 궁전에서 서로에게 행복이란 약속을 하는 것 - 아벨 보나르 출간작 《춘우》,《패륜의 꽃》,《뮤즈(MUSE)》,《닉스의 고백》, 《취하소서》,《봄-여섯 가지에 피다(공저)》 출간 예정작 《요괴 신부》,《반려의 각인》,《너의 그림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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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눈도 녹을 때는 추하다. 헌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눈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냐?”
그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묻는다. 그 말에는 동의했다. 눈은 하얗게 쌓였을 때 아름답긴 하지만, 녹을 때는 아주 너저분하니. 하리는 겨울에 태어났기에 눈을 좋아한다. 건강했을 때를 추억하는 것 같아 눈을 좋아한다. 그러면 아름다운 걸 좋아한다던 ‘시하’는 왜, 사라질 때에는 추한 눈을 좋아할까? 입술을 떼는 그 순간 머리에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진을 처음 만난 날에 눈이 내렸으니까요.”
“……그래.”
조금 뒤늦은 대답이 떨어졌다. 납득했다는 듯 그녀를 보며, 사방에 쌓인 눈처럼 새하얗게 웃는다. 쌓인 앙금이 녹아내린 듯이.
“허면 내가 좋아서 눈이 좋은 것인가, 눈이 좋아서 내가 좋은 것인가?”
“…비교할 수 없는 걸 물으시네요.”
“비교할 수 없다?”
“인간과 사물을 어떻게 비교하죠? 사람이 더 좋은 게 당연하잖아요.”
모호한 말을 들은 그는, 하리의 시선을 피해 먼발치를 응시한다. 무얼 보는가 싶어 하리도 고개를 돌렸는데 벌판의 끝, 연기가 뭉게뭉게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엷게 비추는 햇볕을 등진 채.
“시하.”
그러다 문득 그가 그녀를 불렀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한다.
“네 나를 사랑하는가.”
이시하의 인두겁을 뒤집어쓴 신하리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사소한 것 하나에조차 반응하는 육신은, 사소한 온기조차 나누어 받고 싶어 난동을 부리는 이 육신은 그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하리는,
“당연히요.”
속삭인다.
“사랑해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격정 어린 손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공기가 들어간 틈조차 없을 정도로 오롯이 끌어안고 입술을 겹쳐 온다. 오랜만에 맞닿은 그것에 육신이 설렘으로 발버둥 친다.
“…네가 때때로 멀게만 느껴진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입술을 뗀 그가 처량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떨리는 손길로 차게 얼어붙은 뺨을 쓰다듬었다. 가득 흐려진 눈을 붉게 상기된 뺨으로 마주한 그녀는 가까스로 중얼거렸다.
“난……, 아무데도 안 가요.”
그 이후로 그녀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물들어서, 눈에 담기는 것은 온통 엉망으로 채색된 채였다.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이상하게도 빌어먹을 황제가 가여워 보였다는 것. 그래서 어젯밤처럼 꼭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시하는 끊임없이, 그를 갈구했다는 것. 그날 밤, 그는 그녀를 안았다는 것.
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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