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여는 말: 호모 티모로수스

1부 중요한 마음
1.01 바이러스
1.02 중요한 마음
1.03 어퍼컷
1.04 윤피스
1.05 행위예술가 K에 대한 헌사
1.06 59 대 1
1.07 날아라 진빵맨
1.08 읽고씹니즘
1.09 指네마천국
1.10 헬멧 속 길 잃은 메콩강이 울고 있다
1.11 세 절름발이가 범인
1.12 선생님께서 오라셔
1.13 안알랴줌
1.14 리빙포인트
1.15 전시
1.16 [기행문] 봉황대를 바라보며

2부 오스모시스
2.01 오스모시스
2.02 자메뷰
2.03 삼중점
2.04 포즈
2.05 통닭
2.06 투시
2.07 지상 최소의 풍경
2.08 엉거주춤
2.09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10 공백의 증명
2.11 쥐구멍
2.12 조개껍질 묶어
2.13 공작의 숲
2.14 양치질을 한다
2.15 촉진
2.16 [독후감] 향수, 시대와 존재를 녹인 향기

3부 아버지가방에
3.01 시: 말의 흙장난
3.02 상추 랩소디
3.03 구구단을 외자
3.04 달걀과 계란 사이
3.05 시인 축하합니다
3.06 y=k/x (k≠0)
3.07 아버지가방에
3.08 F10
3.09 3.3
3.10 생활계획표
3.11 신이 나를 만들 때
3.12 나는솔로
3.13 무지개반사
3.14 5단합체 볼트론
3.15 크크루삥뽕
3.16 [독후감] 홀든 끄집어내기

4부 호의주의보
4.01 엠피뜨리
4.02 뫼비우스의 띠
4.03 호의주의보
4.04 Dear Real
4.05 낙화
4.06 앉는다는 것
4.07 너의 집 앞에서
4.08 점선을 따라 접으시오
4.09 당신의 뾰루지
4.10 당신의 주파수
4.11 길찾기
4.12 허니 가이드
4.13 그늘에 말려야 푸르러진다
4.14 어느 오후에
4.15 너와 나
4.16 [독후감] 프로방스를 여행하며

해설: 지금 배달 갑니다, 날카로운 우리들의 어퍼컷
-입안 가득 구르는 언어들로 감각해 낸, 세계 틈새의 정밀한 기록- (태이)

맺는 말: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시, 여는 말: 12월 4일 수요일 비 때로 눈

에필로그 /p231

분에 못 이긴 그 주먹은 결국 바닥을 향할 것이다
벽에 금이 가고 땅이 갈라지는 순간이다
사각 링을 둘러싼 지층부터 쩌억
이윽고 떨어져 나온 네모난 섬 하나
단상처럼 봉긋 창공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며
가까스로 매달린 목소리는 걷어차 버리고
감히 그에게 맞섰던 사람에게는 글라스 한 잔이 배달될 것이다
독선과 아집의 주먹으로, 공정과 상식을 비틀어 짜낸 검은 물
검지손가락 하나 하늘 위로 높이 치솟으면
잔을 건네던 이들마저 뒤돌아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곧이어 쨍그랑 비명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아마 저녁엔 어디서 줏어 온 챔피언벨트 하나 두르고서
거나하게 취해서는 또 팔을 휘두르고 있겠지

- 「어퍼컷」 부분

언젠가 그 눈동자도 이쪽을 향해줬으면
아니, 보아선 안된다, 반짝이는 트리
방울방울 궁그던 새벽의 종소리, 언제나처럼
젖은 머리칼 구겨 신은 구두, 그 반복되는 날갯짓 속
홀린 듯 재생되는 출처 모를 한 귀퉁이였으면
몰라서도 안 된다, 깔창이나 뒤꿈치쯤
툭 툭 찔러대다 짜증 섞인 손가락이 다가오면
쏙 숨어버리는, 동그랗게 파인 붉은 자국만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그러나 설명할 수 없는
사소한 뒤틀림과 미세한 찌푸림과 그로부터 시작된
균열의 금, 야금야금 뜯기다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그림자가 마침내
나의 빈틈과 우연히
아주 우연히 맞물리게 되었을 때

당신은 나의 방이 되고
나도 당신의 방이 되고

이따금씩 서로를 향해 문을 열고 있지만
결코 마주치는 일은 없다

- 「자메뷰」 부분

수요일 밤 나는솔로를 본다

본디 나는솔로는
부부끼리 봐야 제맛, 이효리 이상순도 꼭
같이 챙겨본대, 나NO솔로라서?
그 얘기 벌써 세번째네요 영수씨
그랬나요 미안해요 옥순씨
그치만 할 때마다 웃긴걸 어떡해요 흐흐
​그런 드립 남발 안돼요 제발 속으로만
쉴드 쳐주기 힘드네 증말, 데프콘이 혀도 끌끌 찬다

- 「나는솔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