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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명상/수행
· ISBN : 9791160160208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17-06-0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4
제1부 태백산 도솔암 수행기
01 도솔암은 · 13
02 토굴생활의 시작 · 17
03 도솔암에서 혼자 살 것을 발원하다 · 21
04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 · 26
05 뱀 사건 · 33
06 마魔를 도道에 활용하라 · 41
07 멀쩡한 축대가 무너지다 · 46
08 요중공부擾中工夫(동중공부) · 53
09 무소유와 집착 · 60
10 제천諸天이 여의식與衣食이라 · 68
11 호랑이 이야기 · 75
12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 81
13 여자 이야기 · 88
14 나무 하고 밭일 하다 부상을 입다 · 103
15 치과 이야기(부처님은 CCTV) · 113
16 득력得力 · 124
17 호사다마好事多魔 · 133
18 갈수록 태산 · 141
19 병 주고 약 주고 · 150
20 묵은 김치 그리고 말벌 · 160
21 위법망구爲法忘軀 · 170
22 집착 · 176
23 달마대사 오성론悟性論 · 183
24 반바지 · 186
25 알레르기성 비염 · 193
26 전화위복 · 201
27 사월 초파일과 연등 · 210
제2부 하산집下山集
01 참선법 · 221
02 행선법 · 235
03 조사선 · 245
04 화두 드는 법 · 255
05 화두에 발동을 걸어라 · 273
06 사중득활死中得活 · 286
07 은산철벽銀山鐵壁 · 302
08 간화선과 묵조선 · 318
09 돈오돈수 돈오점수 · 334
10 수행 중에 일어나는 마장魔障 · 345
11 깨달음의 세계 · 367
맺는 말 · 396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도량 마당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했다. 도솔암에 온지가 3년이 됐지만 그동안 한 번도 뱀을 본적이 없는데 하루 만에 갑자기 여러 번에 걸쳐서 수백 마리의 뱀을 본다는 것은 결코 예삿일은 아닌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당장 오늘밤 잠자는 게 문제였다. 하루 종일 이 정도로 뱀들이 난리를 쳤는데 밤중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리는 없고, 도솔암의 마루문이나 방문은 허술하기 그지없는데 뱀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공양간에 가서 아침에 구렁이를 집었던 쇠 집게를 방에다 갖다 놓고 방에 앉아서 방문을 살펴보았다.
잠깐 밖에 나가서 용변을 보고 들어올 때면 걱정스러워서 무너진 축대를 한참 쳐다보고 들어왔다. 공양을 지어 먹고 방안에 들어 올 때도 또 축대를 한참 쳐다보고 들어왔다. 머릿속은 온통 축대 생각뿐인 듯 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화두를 챙겼다. 축대와 화두와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축대가 무너지면 도솔암도 무너지기 때문에 정말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화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다 보니 축대가 무너지기 전과 같은 정신상태가 유지되는 듯 했다.
그때 나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평소에 정중에서 조용히 공부 한 때는 아주 여여(如如)하게 정진이 잘되고 망상ㆍ잡념이 없는 듯 했으나, 아주 극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니 본인의 업습(業習)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이럴 때 인욕하고 참으며 정신을 차려 화두를 든다면 한꺼번에 몇 경계씩 공부의 진척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업습에 끄달려 행동에 옮기면 업이 녹지 않는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요중공부인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참선을 앉아서만 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참선을 오래한 수행자들도 이 공부경계에서 많이들 방황한다고 들었다. 물론 정법으로 바르게 하여 열심히 수행했을 경우에만 요중공부가 필요하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요중공부를 거쳐야 성불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