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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020046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8-07-0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그날의 풍경 | 새소리 모자 | 비 오는 날에 | 클레로덴드론 | 빨래 | 부탁 | 그 역은 지금 | 해후 | 부석사에서 | 성탄 전야 | 비 구경을 하다 | 너의 페르소나 | 소통 | 분나 세레모니 | 꿈꾸는 시간 | 이사 | 사랑에 빠지다 | 세미원에서 | 유혹 | 갈대 편지
2부
꽃기린의 사랑법 | 시옷의 비밀 | 티티카카 호수를 닮은 | 분원리에서 |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 겨울바람이 분다 | 물이 되던 날 | 삼 일 동안 | 유효 기간 | 마지막 목욕 | 묵화의 전설 | 달의 잔소리 | 어머니의 소꿉장난 | 나비와 어머니 | 아버지, 그 아름다운 어깨 | 내 유년의 도깨비 | 알바트로스처럼 그들은 | 달이 다녀가다 | 이상한 싸움 | 발자국을 지키는 그림자 |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
3부
나무가 운다 | 갈매기의 꿈 | 내가 반한 페페 | 달콤한 방문 | 이사 1 | 붉은 것들은 아프다 | 중독 | 장미원에서 | 이사 2 | 산수유 눈물 | 타전 | 재 너머 집 | 어롱魚籠 봄바람 | 이사 3 | 어떤 인연 | 상처에서 나비가 나올 때 | 우산에 대한 예의 | 긴 잠에서 깨어나다 | 처리處理
해설 그리움으로 퍼 올린 그 가슴 아린 형상들_오봉옥
저자소개
책속에서
터널을 나온 철로에서 총총 뛰어노는 참새들
아직 어린것들이다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겠다
저 나이쯤에 우린 수업을 빼먹고 야간열차를 탔다
엄마의 놀란 눈이 데굴데굴 기차를 따라왔지만
우릴 태운 기차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갔다
창가에 희끗희끗 초라한 마을 몇 개를 세워 두고 기차는
우릴 바닷가 작은 역에 내려 주었다 우린 모래밭에 앉아
추위와 허기를 참으며 아무나 볼 수 없다는 일출을 목격했다
그날의 풍경은 내 영혼 깊은 곳에서 가끔 나를 깨운다
그 바다의 숨결 한 자락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날
나를 데리고 그날의 풍경을 찾아간다
풍경은 그 자리에 남아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그날의 풍경」 부분
내 몸 어딘가에 역 하나가 지어졌다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갇힌 역이다
그곳에 머물러 누가 살고 있는지
가끔 기차를 타고 온 바람이
기차표 대신 소문 하나 내려놓고 간다
그곳은 여름에도 눈이 펄펄 내리고
한겨울에도 매미들이 떼 지어 울곤 한다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서쪽 하늘이 붉은 울음을 토하고 나면
어스름이 저 혼자 쓸쓸히 집 한 채 짓는다는 걸
-「그 역은 지금」 부분
마른 단풍잎에 내려앉아 꽃이 되는 눈송이들
눈 속에 피는 매화꽃처럼 아름답다
돌층계를 오르며 자꾸 다리가 꺾였다
누가 저 보자기를 풀었는가
안양루 서까래를 눈 비비며 바라본다
부처님은 어딜 가셨는지
그저 컴컴한 허공이다
숨 가쁘게 오르던 길을 뒤돌아보며
헛된 꿈 지우고 흔적 없이 지나가려는데
저 멀리 보이던 구름이 가까이 내려와
내 앞에 두둥실 떠 있다
첫사랑을 닮아서 아름답다 했나
눈송이들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듯
마른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아
잠시 꽃으로 피었다가 사라진다
―「부석사에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