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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01475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0-09-15
책 소개
목차
물풀이
소문
환절기
호서극장
극장에는 쥐가 살고 있다
사람들
당산제
해설| 우물과 극장의 당산나무_박수연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업화 시대가 되었다. 미나리꽝을 메운 산성시장이 버스터미널과 함께 들어서자 비로소 장옥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 어쩔 수 없이 장옥 사람들도 산성시장에 가게를 내거나 난전을 열었다. 장옥은 판자를 촘촘히 이어 칸막이벽과 천장을 만들고 벽지를 발라 살림집으로 쓰게 된다. 골목으로 이어진 벽을 덧대고, 문을 내 살림집 꼴을 갖추려 했으나 겨우 집 모양이나 갖춘 판잣집이다. 하지만 장옥 사람들이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꿀리지 않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 물이다. 장옥 사이로 달구지가 다닐 만한 길을 냈고, 그 길 끝에 늘 물이 넘치는 우물이 있다. (「우물 풀이」)
극장 청소를 하면서 사람보다 쥐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어둠 속에서 발목을 스치고 지나가 저만큼 멈추고 퍼런 눈빛을 드러내는 쥐. 그림 속 쥐의 눈은 붉은색으로 칠해지지만, 어둠 속 쥐의 눈에서 퍼런 불꽃이 튄다. 깜박거리지도 않는 눈빛이 사방에서 발을 노리다가 슬그머니 발을 움직이려 하면 일제히 달리기 시작한다.
놈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등골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것뿐이 아니다. 잠시 후 인간의 존재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놈들은 극장 안을 제 세상으로 삼고 마구 달린다. 어차피 놈들이 다수이고 위축된 인간은 놈들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극장에는 쥐가 살고 있다」)
은옥은 달라진 동네에서 옛 장옥 모습을 구석구석 흔적으로 찾아낸다. 그 모습에는 희미하지만 장옥 사람들이 그림자로 남아 숨 쉬고 있다. 그건 호서극장도 마찬가지다. 호서극장은 닫힌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고, 몰려온 사람들이 그림자 꼬리를 길게 늘이고 서 있다. 은옥은 걸음을 재촉하여 호서극장 골목과 장옥 골목을 나와 제민천 다리 위에 선다. 은옥은 이미 물속에 잠긴 달을 헤아리고 두런거린다. 은옥은 벌써 허강 교수가 띄운 둥근 달을 보고 있다. 달은 봉황산 산등성이에서 내려와 대통사 당간지주 사이에 걸려 있다. 그 달이 어느새 제민천 다리 아래 물속에서 출렁거린다. 문득 은옥의 손을 꽉 잡는 그림자가 있다. 만천명월이다.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