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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99243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6-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레게를 부르러 가요
레게를 부르러 가요
해당화 편지
능소화 핀 돌담
비가 오면
낯선 약속
언덕길
바람에 실려
그림자 편지
노래
단문 편지
흔들리는 것은
심드렁한 날
꽃돌
순한 말
애월 소금돌
몸을 어루다가
제2부 가령
가령
이경애와의 만남
겨울비가 내리니
그믐달
새우젓
노을 지는 바다
산사를 찾는 이유
이 새벽 나팔을 불며
선유도에서
오후
단풍나무 사연
물때
그림자를 기다리며
그대를 두고 갈 수가 없네
제3부 저무니댁 사는 마을
강문 성황당 진또배기
포차 황포돛대
저무니댁 사는 마을에 눈이 내리네
성주풀이
남대문 시장 고샅 칼국수
물항식당 고등어회
기억
오얏골 동치미 막국수 달콤 석갈비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홀로 술을 마시는 이유
낯간지러운 아침
어떤 사내의 인사법
비를 기다리는 이유
싸락눈 내리는 날
제4부 부엉이 울음소리
딱새가 되어
시방 기다리는 중
달빛 강정
오늘
6105호
방언
성탄절 전야
맑은 하늘에 꽃향기가
동지 팥죽
부엉이 울음소리
아야 눈꽃이더냐
시루떡 먹는 사연
가자 산수유 피었디야
해설 / 강병철 (소설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무심히 걷다가 한참 후에 되돌아보는 체질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되새김의 그림자가 진해지면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다.
이따금 손을 내미는 무녀의 표정도 어디선가 그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 같다. 오방색 깃발을 펄럭여도 손님이 없어 당주조차 잃은 무녀가 되려는 찰나 웬걸, 해장탕 파는 성황당으로 변신하니 신선한 착상이다. 기왕지사 산뽕차까지 팔았는데 여전히 섶다리 누이는 답신을 보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곰나루 사는 저 애는 당신의 씨가 아녀’ 머리카락 눈발 털 듯 슬쩍 토로하면서 비밀 커튼에 가려졌던 삼십 년 체증을 가뿐히 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열면 새로운 몸으로 고개 숙인 풀꽃들이 얼얼하게 아름답다.
그런데 토굴 농도 진한 소금 속에서 푸른 진국 우려내던 새우등처럼 비장한 묘사가 끈적하게 가로막기도 한다. ‘춤곡에 맞춰 떠난 이 돌아오지 않으니’ 이제 기다림을 마감해야 한다. 마침내 해당화 사라진 제방으로 나룻배 정박시킨 채 고단한 여정을 접는다. 새도록 친 통키타 소리에 취해 몰려오는 오징어처럼 그림자로 남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돌아올 것 같다. 섬뜩하다.
잊고 사는 것이 현대인의 필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인들은 새록새록 기억하고 노래로 읊는다. 새삼 김홍정의 시들에서 그런 면모를 발견하고 놀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