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0261660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20-07-21
책 소개
목차
작가 노트 006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015
2부 태평양 145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407
옮긴이의 말 454
『파이 이야기』에 대한 찬사 457
리뷰
책속에서
내 차례였다. 사탄을 물리칠 시간. 메디나야, 내가 간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서둘러 칠판으로 나갔다.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분필을 들고 적어 내려갔다.
내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입니다
이름의 철자 밑에 두 줄을 그었다.
간단히 부르면
파이 파텔
인심 쓰는 셈 치고, 이렇게 덧붙였다.
π = 3.14
신부는 이렇게 물었다.
“아드님이 이슬람 사원에 뭐 하러 가지요?”
힌두교 사제는 말했다.
“아드님이 교회에서 성호를 긋는 걸 봤습니다.”
이슬람 지도자가 나섰다.
“아드님은 이슬람교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부모님은 한꺼번에 이런 말을 듣고 어리벙벙해졌다. 그분들은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몰랐다. 내가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예배를 다 본다는 걸 몰랐다. 십 대들이야 늘 부모에게 비밀이 있게 마련 아닌가? 열여섯 살 청소년 중 비밀 없는 아이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운명은 부모님과 나, 세 종교의 ‘현자들’ ? 그들을 그렇게 불러야겠다 ? 이 같은 날, 구베르트 살라이 해변 산책길에서 한꺼번에 만나 내 비밀이 탄로 나게 만들었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 당황스러움은 전염이 된 것 같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우연하게도 우리는 산책로에 있는 간디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입술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띤 간디가 눈을 반짝이며 걷는 모습이었다. 마하트마 간디가 우리의 대화를 들었다면, 내 마음에 더 신경을 써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