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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63626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05-20
책 소개
목차
1. 냉장고를 부탁해
2. 모든 세계의 끝에는
3. 빈방에 놓인 화분
추천의 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_정이현(소설가)
‘ㅁ’을 남겨주세요, 내가 이어 쓸게요 _차경희(고요서사 대표)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주가 정성 들여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을 따라가고, 다음에는 어떤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을까 기대하며 읽다 보니 페이지가 생각보다 술술 넘어갔다. 읽다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고, 졸음이 오면 잠깐 잤다가 살이 뒤룩뒤룩 쪘다는 기분으로 일어나 책을 마저 읽었다. 세주한테 필요한 문장은 나한테도 필요한 문장이었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오래 멈춰 서서 곱씹어보기도 했다. 밤에 노랗게 눈 뜬 창문을 바라볼 때와 느낌이 비슷해서 좀 놀랐다.
달라진 거라고는 화분 하나가 놓인 것뿐인데 숨 쉬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뱉은 숨을 마시고, 내가 들이마실 숨을 뱉어주는 존재. 문득 세주가 생각났다. 관용이란 꽃말도.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와 화분을 맡기고 떠난 자신한테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뜻일까, 맡긴 물건을 관용으로 돌봐달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연애할 때 나한테 가장 부족한 마음이 관용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자기 걸 다 맡기고 떠난 세주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을까.
세주는 식물을 좋아했다. 식물은 탁하고 나쁜 숨을 가져가고 맑고 편한 숨을 내주었다. 머릿속에 끼어 있는 뿌연 연기도 말끔하게 거둬 가주었다. 식물을 가까이하면 편한 숨처럼 삶도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진 돈을 꿈이었던 식물 상점에 몽땅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되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게 일로 이어진다고 좋아하는 마음까지 계속 이어질 거란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