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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9441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08-25
책 소개
목차
물속 편의점
감자 먹는 사람들 자리
버디 네임: 강세호
162미터
슬픈 다이빙
나비의 날갯짓
나쁜 물
집으로
바다의 노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이, 계단 한 칸을 삼켰다.
도시는 사라졌고 일부만이 남았다. 남은 도시의 일부는 모두 높이를 자랑하던 것들이었다. 높이를 가져서 살아남았노라 말하는 듯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비극이었다.
남은 것들은 섬의 형태였다. 섬과 섬을 잇는 길은 없었다. 땅, 인류가 착실하게 닦아 온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와 바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보낸 수신호는 뭐였니?”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교환해 놓고 내가 늦게 나오자 아저씨가 조금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는 에비앙이 든 채집망을 끌어 올리며 덧붙였다.
“우리가 정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체요. 시체를…… 봤어요.”
물에 휩쓸려 가는 주검은 봤지만 물속에서 시체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저씨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룰을 어기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나를 보트로 끌어 올렸다. 후드를 벗자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한여름 태양 빛이 정수리에 날카롭게 닿았다. 저 열에 물이 모조리 증발해 버렸으면 좋겠다. 태양은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나.
마지막 잠수를 마치고 아저씨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자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물 밖으로 삐죽삐죽 솟은 건물들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빗방울은 수직으로 쏴아, 하고 내리꽂히며 바다로 녹아들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제아무리 몸을 비틀어 물을 짜내도 바다는 젖지 않았다. 빗방울이 아무리 많은 동그라미를 물 위에 그려도 무늬들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한패니까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과 한패가 아닌 우리는 눈앞이 하얘질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빌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