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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91160266559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9-04-30
책 소개
목차
제1장 … 9
제2장 … 17
제3장 … 23
제4장 … 32
제5장 … 35
제6장 … 43
제7장 … 55
제8장 … 61
제9장 … 69
제10장 … 81
제11장 … 91
제12장 … 107
제13장 … 127
제14장 … 135
제15장 … 145
제16장 … 153
제17장 … 164
제18장 … 178
제19장 … 198
제20장 … 213
제21장 … 225
리뷰
책속에서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간이자, 필요한 무엇이든 창고에 그득하게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모두 모아 가까이에 두면 마음이 놓였는데, 온기와 생각 그리고 중요하고 가치 있고 심지어 친숙하기까지 한 나만의 것을 깊은 구덩이 안에 묻어 놓고 내 손으로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추위와 폭풍우와 어둠이 몰려들어도 문제없었다. 문이란 문은 모조리 닫혔고 빈틈없는 이가 온기와 고독 속에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었으니 추위와 폭풍우와 어둠이 벽을 더듬으며 입구를 찾아 헤매더라도 찾을 수가 없을 터였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하루가 다 가도록 헤물렌과 토프트는 떠나고 없는 무민 가족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헤물렌은 정원으로 나가 낙엽을 쓸며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마구 지껄였고, 토프트는 헤물렌을 따라다니며 낙엽을 모아 바구니에 담으면서 아주 가끔 입을 열었다.
잠깐 헤물렌이 멈추어 서더니 무민파파의 푸른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정원 장식품이 됐군. 내가 어렸을 때는 은쟁반 위에 두었지.”
그러더니 계속 낙엽을 쓸었다.
토프트는 수정 구슬을 보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유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수정 구슬은 무민 골짜기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고, 골짜기에 사는 이들이 늘 비쳐 보였다. 혹시라도 무민 가족 가운데 누구라도 남아 있다면 틀림없이 푸른 수정 구슬 저 깊숙이에서 모습이 보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