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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402834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19-08-2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나의 엄마와 그녀의 둘째 딸인 나
처녀를 위하여
다방의 추억
관능, 세상이 가두지 못한 엄마의 몸
나의, 멀고도 가까운
내 안의 엄마
나쁜 아빠는 나쁜 할아버지가 될까
성공한 관계
드디어 이별
아빠의 가방
나의 친정, 나의 언니
2부 뜨겁고 허무한 지난한 감각
고통은 유전되는가
토마토와 담배에 관한 소고
흔적이 너무 많다
청춘, 늘 설레는 단어
사랑은 성장하는 것 중 가장 느리다
간결하고 눈부신 끝
감각 속 열쇠를 여는 일
가끔은, 일시정지를
3부 성실한 사랑의 학교
행복한 고독
사랑의 중력
성실한 사랑의 학교
붉은 깃발, 생리의 성배, 우리들의 디너파티
엄마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할까
나는 좋은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이에게
한강 풍경, 엄마를 부르는 소리
4부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산다
나의 할머니
떠날 사람, 돌아온 사람
삶의 용량
나의 열렬한 우정
당신을 귀여워해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산다
안전함의 감각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안녕, 인애 씨
흘러라 삶이여, 존재하라 나 자신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배신을 통해 어른이 된다
5부 나의 오픈 하우스
여행 이혼, 그리고 여행 결혼
매일 오후 다섯 시, 휴대전화가 울린다
나의 친구 데브라
나의 오픈 하우스
자유롭고 창조적인 책임의 관계
새벽이 내게 준 속삭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릴 적, 엄마의 삶을 어쩌지 못하고 저 사람은 끝내 불행하게 살다 갈지도 모른다는 슬픔에 압도되어, 텅 빈 방에서 대성통곡했던 일이 가끔 떠오른다. 유학을 떠나기 전 그녀의 몸 부분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갔던 나는, 이제 엄마가 되어 그 열렬함으로 내 딸들을 사랑한다.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하지만, 너의 흰머리가, 너의 주름이, 너의 굽은 어깨가 가슴에 파이듯이 자국을 남긴다. 우리는 비로소 너와 내가 되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함께 묻는다.
나는 엄마의 욕망과 엄마의 삶을, 그 여자의 욕망과 그 여자의 삶으로 놓아두기로 했다. 만약 나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그동안 쌓은 시간이 만든 우애와 운 좋게 내게 있는 여유 덕분일 게다. 더불어 나는 그녀의 욕망이 지어낸 굴곡을 책임질 자 또한 아니다. 그녀를 삶의 주인공에서 끌어낼 자도. 엄마 역시, 나를 그녀 삶과 욕망의 배경과 도구로 불러들일 수 없다. 사랑했으나 멀어져야 온전한 관계도 있음을 그렇게 배웠다.
상처가 물에 뜨듯 바깥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부로 침잠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민감함으로 사소함을 감지한다. 그들의 촉수는 마음이 가는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약간의 흐트러짐에도 마음을 닫아버리는 원격조종장치가 작동한다. 강해 보이지만 그것은 벼랑 끝을 버티는 단단함과 닮았다. 무너지지 않을 듯 보이지만 부서지면 끝이다. 다행히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 자신이라서 누구보다도 방어기제는 발달해 있다. 혹은, 스스로를 절벽의 일부가 될 정도로 단단히 그 자리에 박아놓거나 그 절벽이 되어버린다. 누군가는 차라리 대기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허무해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