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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805420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젓가락질 소수 민족이여, 일어나라!
제2장
신비로운 젓가락질 기술
제3장
오! 그대의 아름다운 젓가락질
제4장
젓가락과 젓가락질의 상관관계
제5장
젓가락질을 힘들게 하는 것들
제6장
젓가락질 핀잔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Epilogue
젓가락질이 뭐길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생을 쌓아온 감정의 응어리를 풀 시간이 되었다. 이제 흩어져 있던 젓가락질 소수 민족들이 손을 맞잡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키워보자. 언제까지 그렇게 죄인처럼 숨어 존재를 감추고 살 텐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젓가락질 커밍아웃’을 적극 권장하는 바이며 젓가락질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가치를 존중해주기를 세상에 깊이 호소하는 바이다. 대관절 올바른 젓가락질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누가 젓가락질에 관한 법을 만들었단 말인가.
안경이나 옷처럼 한 몸과 같이 익숙해져버린 나만의 젓가락질을 시작하는 순간, 유년 시절 들었던 할머니의 대사가 소름 돋을 만큼 정확하게 귀로 날아와 꽂힌다. “얘, 젓가락질이 그게 뭐니?” 아차차. 그제야 머리에선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영화 장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마음으로 외치게 되는 단말마. ‘망했다.’ 어리바리 신입사원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하고 이마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이후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그저 찬물만 벌컥벌컥 들이킨다. 대개 부장님이나 팀장님 선에서 시작된 젓가락질 지적은 같은 밥상에 앉은 직원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지게 되고 그때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어떤데?” 여지없이 젓가락질 퍼포먼스를 강요받는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환호와 감상평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도 밥을 먹을 수 있구나?” “부모님이 젓가락질을 그렇게 가르쳐주셨니?” “혹여 상견례 할 땐 칼 쓰는 데로 가야겠다.” 식욕 지수를 온도계로 측정해본다면 혀까지 얼어붙어 영하를 지나 빙하기에 돌입한 듯하다. 그날의 한 끼는 제대로 공친 거나 다름없다. 부대껴서 신트림만 꺼억꺼억. 더욱 슬픈 건 이후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몇 번이고 나의 젓가락질이 회자되며 구경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젓가락을 펼쳤다 오므리는 방법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이렇게도 음식을 집을 수 있단 말인가’ 할 정도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매우 창의적이고, 어쩔 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신체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만의 기교가 있으면서도 기발하고 우아하며 재치가 넘친다. 하나의 방식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보자. 세상엔 상상 이상의 젓가락질이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