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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80966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2-27
책 소개
목차
서문 ― 필연적 오독, 불가능한 재현, 예정된 실패
첫 번째 앨범. 평범한 여자아이 되기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닌
아무것도 나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두 번째 앨범. 실어의 시간을 경유해 다른 목소리로
있지만 없는 사람
오래된 이야기를 거부하는 여자가 될 것인가,
오래된 이야기 속의 ‘그 여자’가 될 것인가?
세 번째 앨범.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데에는 모순이 있다
너를 다시 키운다면
입안에 갇힌 말과 패배한 몸
네 번째 앨범. 여성의 일에 대한 두 가지 신화
‘스위트홈’이라는 의무
나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앨범.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
어머님의 식사
두 명의 갇혀 있는 자
여섯 번째 앨범. ‘비존재’의 계보를 기록하기
황혼을 바라볼 때
결여된 이야기
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릴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청소년기에는 반항하고 상처 주려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내가 처한 상황을 견디느라 엄마를 멀리했다. 시간이 흘러 엄마의 삶을 나의 글 안에서나마 살아보고자 결심했을 때,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이 작업에 실패하리라 확신했을 때 엄마는 말했다. “못해도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삶이 별 볼 일 없어서야.” 이 글은 엄마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안간힘이기도 했다. 누구의 삶도 별 볼 일 없지 않으며 엄마의 삶 또한 마찬가지라고. 나는 엄마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엄마 세대의 수많은 여성에게 그것을 증명하려고 실패를 예감하면서, 성공해야 했다.
문학과 역사 성적이 특히 좋았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교생의 국어 점수를 그래프로 만든 성적표가 나왔는데 한 학생만 그래프 선이 끝까지 올라가 있더라고. 그게 나였어. 마흔 중반에 동기 몇 명과 당시 국어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보고 반색하면서 물었어. “뭐 하고 사니?” 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해서 집안이 어려울 때였어. 나는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고 있었는데 차마 그 말은 못 하고 “살림해요.”라고 대답했어. 선생님이 의아해하더라. “뜻밖이네. 너는 자의식이 강해서 네 이름으로 뭔가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 씁쓸했어. 예전에는 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있었는데 싶어서. 하지만 그런 생각도 지나가는 거지, 먹고살기 바빠서 금세 잊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