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094671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0-10-2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이보다 더 애틋할 순 없는 부모자식
2 콩가루 우리집
3 ‘아내’ 또는 ‘며느리’라는 이름의 트랜스포머
4 내 안에 할머니 있다!
5 가사 능력은 생존 필살기
6 가정 시간에 가르쳐야 할 것은 뭐다?
7 누가 내 걱정 좀 해주라!
8 그놈의 가족여행이 뭐라고
9 이름이 곧 실체다!
10 장남의 무게, 그리고 오빠와 여동생에 대한 환상
11 명절에 식구들이 모이면 벌써 피곤해
12 아무래도 진로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13 가족이 이어진다는 것의 묘미
14 극성 부모 극복하기
15 혼자 사는 것도, 혼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16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17 사실혼이 뭐 어때서?
18 새로운 타입의 가족
나오며
리뷰
책속에서
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 하는 식으로 성별 역할 분담이 분명했던 시절에는 이런 고생은 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주부를 ‘섹스 가능한 식모’라 부르던 시대가 실제 있었는데(물론 섹스리스 시대보다 앞선 일입니다), 아내는 집에 붙박이로 있으면서 스물네 시간 집안일에 매여 있었습니다. 주부가 없으면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동창회나 결혼식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아내들은 남편의 ‘이해’나 ‘허락’을 얻어 외출할 수 있었습니다.
무코다 구니코(일본의 국민 방송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퇴근길에 무엇을 하든 자유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업무상 알고 지내는 사람과 한잔한 뒤 집에 불쑥 데리고 올 때도 거리낌이 없었고, 이런 불시의 습격에도 센스 있게 안주를 대접하는 주부가 ‘좋은 아내’ 소리를 들었지요.
여름방학이나 4월 말 5월 초의 황금연휴(일본에서 각종 공휴일이 몰려있는 시기), 또는 연말연시처럼 인파로 넘칠 때 가족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경외감이 들 뿐입니다. 도쿄역, 하네다공항, 유명 관광지, 어딜 가도 사람, 또 사람. 그 속에서 애는 울고 엄마들은 화내고 어르신들은 힘들어하고, 거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뒤섞여 이국의 말까지 정신없이 오가는 상황……. 바벨탑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생지옥이 따로 없지요.
이런 때는 비행기나 숙박 요금도 껑충 뜁니다. 정신없지, 비싸지, 스트레스 받을 게 뻔한 상황. 그런데도 가족들은 여행을 떠납니다. 그 당시는 힘들어도 훗날 분명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겠지요. 인스타그램에도 올릴 수 있고 아이 여름방학 그림일기 소재도 생깁니다.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물질보다 추억(닛산자동차 ‘세레나’의 유명 광고 문구)’을 중시하는 시대가 이어지면서, 소중한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건재하신 친구들은 일종의 정신 수양과도 같은 효도여행을 다녀옵니다. 수양을 무사히 마친 사람은 “부모님과 하코네 온천 다녀옴.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를 위해 숙박시설은 배리어프리인 곳으로.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오래 사세요!” 같은 글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립니다. ‘효자효녀시네요.’, ‘부모님이 건강하시네요.’ 등의 댓글이 올라오면 ‘효도 임무 완수’인 것입니다.
저도 부모님이 건강하셨을 때는 제 온 정력을 갈아넣어 효도여행을 다녀오곤 했지요(아주 가끔). 다만 이런 무뚝뚝한 딸과 다녀오는 여행이 부모님 입장에서도 즐거우셨을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자식이 크면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어딘가에 함께 가는 것은 가족의 임무. 저도 그 시절에는 부모님과의 여행을 일종의 조공 바치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