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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1308616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7-05-25
책 소개
목차
2. 호랑이, 이문(耳門)
3. 은린(銀鱗)
4. 붉은 달
5. 푸른 꽃
6. 약속
7. 역린(逆鱗)
8. 사냥
9. 창귀
10. 내밀(內密)
11. 탈인지족
12. 은룡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여인은, 깊은 밤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밤이면 그저 잠을 청하는 일이 전부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저를 앞에 두고 이리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 여자가 그는 조금은 야속했다.
깨워 볼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은린은 그야말로 막 만개하기 직전의 꽃 같았다. 까만 비단처럼 반지르르한 머리카락은 윤기가 돌다 못해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날 정도였고, 투명하리만치 흰 피부는 방 안을 환하게 밝혀 주는 햇살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리도 어여쁘니…….”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청우의 입에서는 한숨 비슷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가슴이 또 제멋대로 뛰었다. 아홉 명의 호위 무사와 날이 샐 때까지 주량을 겨누어도 아무렇지 않던 시야가 마치 취한 것처럼 어지러이 흔들렸다.
모든 것이 그에게는 당혹스럽고 낯설었다. 만물의 주인이었기에 딱히 무언가를 향한 소유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 대상이 손만 뻗어도 그대로 스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만큼 약한 존재라는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널 가지고 싶다.”
한번 욕망을 인정하고 나니, 소리 내어 말하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가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두고두고 곁에 머물게 하고 싶은 존재. 제일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이지만 절대로 죽게 놔둘 수 없는 여인.
“나는 용의 후사도 볼 것이고.”
입술을 매만지던 손이 천천히 가느다란 목으로 향했다.
“오로지 한 명의 짐승 암컷만을 안을 것이며.”
숨을 내쉴 때마다 탐스럽게 오르내리는 가슴이 이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미르족을 위험에 빠뜨리지도, 너를 결코 죽게 하지도 않겠다. 그러면 이 세상에 혼란도 오지 않겠지.”
아아, 아직 이루어진 것은 무엇 하나 없지만 이리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니 너무나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너를, 용으로 만들 것이다.”
푸른 심장이 새빨갛게 요동쳤다. 온몸에 보랏빛 소름이 돋아 한동안 숨을 참았다가, 결국은 둥근 이마에 기어코 입을 맞추고 말았다.
“인간인 너를 용으로 탈족시켜, 내 곁에 평생 두는 것.”
그러고는 고개를 내려 아직도 깨지 못하고 그저 몸을 뒤척이는 여자의 입술 위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것이 내가 신으로서 해야 할 과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