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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1308623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17-05-25
책 소개
목차
2. 홍화
3. 은빛의 봄
4. 안과 밖의 귀신
5. 톱니바퀴
6. 발각
7. 열대야
8. 붉은 마음
9. 대서(大暑)
10. 홍화의 가(歌)
11. 살육
12. 다시 찾은 태양
13. 그대를 위한 세상
외전 1. 연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세상
외전 2. 다시, 결국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요즘 청우 님한테서는 늘 피 냄새가 나요.”
울먹거리는 척하던 눈동자가 어느새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도 도망갈 수 없게 저를 단단히 가두는 솜씨가 귀신과도 같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도 제 마음을 이리 멋대로 들여다보는 그녀의 능력에 청우는 감탄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저만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마음 앞에 뭐든 숨기고 싶지 않은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들어 말랑한 뺨을 천천히 쓰다듬자, 은린이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너를 고깝게 보는 자들이 많다. 특히나 내 주위에는…….”
그의 손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가느다란 목걸이를 조심히 끌어 올리자, 마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구슬이 달랑거리며 딸려 왔다.
어떻게 지녀야 할까를 줄곧 고민하다 결국은 제가 만들어 준 목걸이였다. 지시를 받은 원숭이들이 가져온 것은 세상의 어떤 쇠붙이로도 끊을 수 없고, 불에 던져 넣어도 녹지 않는다는 신비한 광물이었다. 그것에 그녀의 보물을 매달아 주니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터질 정도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평화롭던 청룡의 무리에 갑자기 은룡이 나타났으니, 그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익숙함을 깨는 낯선 이는 본래 배척당하기 마련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그녀는 계속해서 청우를 놀래키기로 작정한 듯싶었다. 어째서 이토록 의연한가? 게다가 언제 이렇게 저를 토닥이고 위로할 정도로 커졌단 말인가?
“이 보물을 탐낸 나머지 널 위험에 빠뜨릴 자가 나타날까 늘 마음 한구석이 조마조마해. 나와 만났기에 네가 불행해질까 봐…… 매 순간이 두렵다.”
처음으로 소리 내어 자신의 약한 부분을 말하고 나자, 가슴속 커다랗게 얹혀 있던 돌이 조금씩 아래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순간 은린이 그의 목에 매달리듯 팔을 둘렀다. 얼떨결에 가느다란 허리를 안아 쥐니 꽃 멀미가 나는 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청우 님.”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범하게 입술을 눌러 왔다. 따듯하면서도 말캉한 감촉에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하얗게 바래진다.
잠시 곁을 내어 준 틈을 타, 고운 숨결을 간직한 입술이 그의 입술 위에서 가만가만 움직였다.
“지금 저는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미르가 된 덕분에 늘 꿈꿨던 일들을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이 모든 건 청우 님 덕분에 새로 얻은 삶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니 어찌 매 순간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맑은 목소리. 그 한마디에 광포한 눈동자가 어느새 스르르 가라앉았다. 그녀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듯싶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하얗게 한들거리는 만개한 꽃이었는데, 지금은 곧게 뻗은 푸르른 나무와도 같다. 버겁도록 쏟아지는 행복에 비틀댈 뻔한 건 오히려 저였다.
“청우 님.”
품에 얼굴을 폭 파묻은 은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청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불안에 잠식될 뻔했다. 빛깔과는 상관없이 그는 저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고 있는데.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구슬은 꼭 청우 님의 소원을 위해 쓰이길 바라요.”
“그건 네 것이다.”
“청우 님의 소원이 곧 제 소원인걸요. 배필이란…… 그런 존재가 아니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