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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1570754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19-10-18
책 소개
목차
무사의 시대
어떤 종류의 진실
공생을 위한 최적화
과학의 능력
가려진 실체
종의 패턴
인간 본연의 능력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
당신과는 관련 없는 일인가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데 왜.
나는 복수심에 불타오르지 않는가. 수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아빠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자신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건지. 심지어 지금 이 상황에선 할머니의 복수까지 하고 싶어야 마땅한데, 이건 뭔가 너무 냉정했다. 평온한 자신의 마음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일 정도였다. 차가운 머리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생체 업로딩을 하기도 전에 이미 무언가 변한 건가. 아니면 아직 그 신경회로 컨트롤러라는 물체의 영향력 아래 놓인 건가. 수는 알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되풀이해서 곱씹다가 마침내 까무룩 잠이 들었다. 수가 잠들자 천장이 스르륵 짙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어쨌거나 강화 슈트의 정신 감응 기능은 확실히 경이로운 성능이었다. 심지어 한번 익힌 동작은 저절로 기억해내기까지 했다. 익숙해지자 나중에는 시청각 훈련으로 먼저 자신이 그렇게 움직이는 형상을 이미지화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슈트가 자동 반응했다. 사람은 스스로 믿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급기야 격하게 구르고 오르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수는 매번 경험하면서도 매번 신기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마음. 이게 바로 포인트예요. 모듈에서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기를 의심해야만 컨트롤러가 돌발적인 오류를 일으켜도 모두 인간의 부정확성으로 덮어씌울 수가 있거든요. 물론 사람 스스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실은 컨트롤러에서 일으킨 오류가 훨씬 많습니다. 그걸 사람에게 고스란히 뒤집어씌우죠. 인간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선천적으로 굉장히 놀라운 자각 능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태어나거든요. 그런데 모듈에선 그 능력들을 모두 지워버리죠.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건 그러니까 사실이 아니라 모듈에서 주입하는 하나의 프로파간다 같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