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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2015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9-05-31
책 소개
목차
9. 진짜 꽃
10. 검은 실험
벨루스 외전
3부
11. 피에 젖은 서신
12. 인형의 나라
13. 흔적
14. 전쟁의 서막
15. 정화의 행진
16. 새로운 제국
외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를 속이려거든 좀 더 그럴싸하게 굴어야지.”
카르텔은 날카롭게 내 말을 잘랐다. 내 연기가 미흡했던가, 아니면 그가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던가. 둘 중 하나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들키고 말 것이란 불안감과 함께 미래의 카르텔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가 아닌, 달리아를 끌어안으며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장면이었다.
‘……아파.’
산산조각이 난 유리 파편이 내 가슴에 마구 박혀 들었다. 그것이 내가 만들어 낸 환상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날카로운 조각에 관통당하는 고통으로 등허리를 움츠렸다.
“쉬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도 모르면서. 그는 당연하다는 듯 웅크린 등을 쓸어내렸다. 상처 입은 짐승을 달래는 것처럼 부드러운 손길은 내 몸을 녹이고, 파편을 더 깊숙이 박아 넣었다.
“뭘 숨기고 있어?”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이런 카르텔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시선을 피하려 눈을 내리까니 도드라진 울대가 보였다. 단단한 목은 언제 구속당했냐는 듯 걸친 것 없이 깨끗했다. 그곳을 내 자국으로 덮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못되게 굴 때는 언제고. 불리할 때는 또 이렇게 예쁘게 안겨 들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르텔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내 머리를 감싸며 입술을 자신의 목에 좀 더 가까이 닿게 했다. 그 행동이 나를 부추겼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그의 목에 이를 댔다.
“윽.”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이 만족스럽다. 나는 충족감에 차올라 날카롭게 이를 세웠다. 그것은 살점을 깨물며 자국을 남겼다.
입술로 빨아들이며 핥아 낸 피부는 다디달았다. 도저히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짐승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이제 만족해?”
“……아니.”
내 못된 행동을 받아 준 그에게 해 줄 말은 부정뿐이었다. 그의 피부에 소유의 자국을 냈지만 그 순간일 뿐, 나는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빼앗길 바에야 먹어 치우고 싶었다. 나는 짐승의 본능을 깨우쳤다.
“그럼 네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
카르텔은 얼마든지 내어 주겠다는 듯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가 그의 살점을 가져가도 그는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피하는 건 안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