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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2084
· 쪽수 : 576쪽
· 출판일 : 2019-07-01
책 소개
목차
2. 기회 097
3. 매듭 230
4. 새로운 관계 406
5. 필연Ⅰ 49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이는.”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물었다.
“죽였어?”
차츰 그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야위고 창백했으나, 그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 어느 쪽이든 같은 얼굴을 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다시금 물었다.
“아님, 아예 없었어?”
마디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숨이 떨렸다.
“아이는 처음부터 없었어.”
그가 대답했다.
“그 여자가 거짓말한 거야. 버려지기 전에 복수라도 하고 싶었겠지. 내 약점이 뭔지 알았으니까.”
손등에 소름이 돋았다. 레너한 하퍼와 헤더 제누아는 닮아 있었다. 그 지독한 이기심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강하게 깨물었는지 피 냄새가 났다. 레너한이 붕대가 묶이지 않은 손을 들어 내 입술의 피를 닦아 냈다.
그가 나를 불렀다. 리비.
동시에 거짓말처럼, 그의 한쪽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계산이라도 한 것처럼.
“네가 죽을까 봐 정말 두려웠어.”
“…….”
“인생에서 가장 큰 악몽이었어.”
낙원의 뱀처럼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귀를 막을 수도, 방을 박차고 나가 버릴 수도 없었다. 주인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게 길든 개처럼.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날 용서하지 못하는 걸 알아.”
“…….”
날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집요하리만치 내게 집중하는.
“무릎 꿇고 빌라면 빌게. 바보 같은 나를 다시 받아 주면 안 될까? 남은 평생 네게 속죄하며 살게.”
귀를 막고 싶었다.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레너한이 꽉 움켜쥔 내 손을 잡고 손목에 입을 맞췄다. 그의 붕대에 밴 피가 내 손을 타고 올라올 것 같았다.
“한 가지만 물을게.”
열리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달싹였다.
“왜 하필, 그 여자야? 왜 헤더 제누아였어?”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정적 끝에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아직 말할 수 없어.”
역시 끝까지 내게 말할 수 없다는 거구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손을 뿌리쳤다. 레너한이 황급히 덧붙였다.
“모든 일이 끝나면, 너도 날 이해할 거야.”
전부 끝났다. 그의 간절한 목소리가 이젠 와 닿지 않았다.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때까지 기다릴게. 언제까지고.”
내가 기다렸듯이? 목을 조르는 듯한 압박감을 견뎌 내며 겨우 입을 열었다.
“……레너한.”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한 것이 남아 있었으나 차마 입 밖에 뱉어내지 못했다. 물어본다 해도 바로 말해 주지 않을 걸 알았다. 무슨 사연이 있었다 해도, 이미 깨져 버린 잔은 다시 붙일 수 없다.
“이번 일이 정말 단순 사고였던 거 같아?”
온기가 식어 버린 입술이 차가웠다. 손을 대면 동상을 입을 듯이 싸늘했다. 한기를 느꼈는지 레너한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 얼굴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비수를 꽂았다.
“넌 날 이미 한번 죽인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