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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2718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9-11-28
책 소개
목차
02. 탐문 수사
03. 새 운동화
04. 사자대면
05. 썸
06. 동창회
07. 기습
08. 그럼에도 불구하고 上
저자소개
책속에서
“개새끼.”
도영이 나지막이 내뱉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차분한 데다 묘하게 밝아 전혀 욕처럼 들리지 않았다.
“너 욕하는 거 처음 듣는다?”
지호가 비아냥댔다.
“남자한테 처음 욕해 보는 거 아냐?”
“쓰레기 같은 새끼.”
“그거라도 처음이라 행복하네.”
도영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호를 노려보았다. 2년 동안이나 감쪽같이 자신을 속인 것보다 더 놀라운 건 지금 그것이 다 까발려졌을 때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만나 왔는데 이런 저열한 면이 있다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 매사 거침없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약간의 열등감과 자기방어적인 면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솔직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도영이 둔감했던 걸까, 지호가 철저했던 걸까. 그도 아니면 모든 연인들의 마지막은 늘 이런 식으로 서로의 민낯과 거짓과 위선을 발견하고 배신감에 분노하고 당혹스러워하며 끝나는 걸까.
지금 눈앞에 닥쳐온 이별이 처음인 도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너한테 처음이란 게 그렇게 중요해?”
도영이 나직하게 물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뭐?”
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를 차갑게 쏘아보며 도영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최후통첩을 날리듯 말했다.
“네 친구랑 잘 거야.”
지호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도영을 보았다.
“나도 네 친구 중 하나와 잘 거라고. 네가 그랬던 것처럼.”
“뭐? 야, 너……!”
“네가 제일 싫어하고 그럼에도 절대 안 보고는 살 수 없는 친구와.”
“한도영!”
“그만 끝내자, 임지호.”
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 어떻게 살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한도영!”
지호가 뒤따라 일어나며 외쳤지만 도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운동화를 신고 나온 게 그렇게 다행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