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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3265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0-04-10
책 소개
목차
8. 쉰사흘 전
9. 한 달 전
10. 스무아흐레 전
11. 스무이틀 전
12. 여드레 전
13. 그날
14. 그날 이후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를 피하시는 건.”
“그런 건 아니에요.”
재빨리 부정하자 승학은 각도를 바꿔 질문해 왔다.
“그럼 왜 자꾸 멀어지십니까. 해경이를 물리치실 땐 용감하시더니.”
윽, 그건.
정윤은 입을 뻐끔하려다가 할 말이 없음을 자각했다.
그래, 내내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의도하긴 했지. 하지만 뭐랄까 너무 대책 없이 호흡이 거칠어져서 안 될 것 같다. 대답이 두서없이 나갔다.
“그거는, 아니 그렇기는 한데, 막상 닥쳐보니까 내가 잘할 수 있나, 그런 우려가 들고…… 서툴면 너무 없어 보일 거고, 지금 머리랑 얼굴도 좀 이상한 것 같고…… 공자님, 공자님?”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던 입술이 중간에서 그쳤다. 다른 전경을 전부 가리고 시야를 가득 채운 승학의 이목구비에 정윤은 나누고 있던 대화를 그만 잊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은 언제나처럼 다정한 빛이라 보기만 해도 홀리게 된다. 누구 것인지 모를 들숨과 날숨 소리만 들렸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귀밑머리를 살며시 쓸어 넘겼다.
“이렇게 살라 해도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는 것 없이, 이렇게 소저만 보고 있으라 해도.”
가슴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들리는 음성은 차분한데 뺨에는 열꽃이 핀다. 속이 울렁거려서 정윤은 옆으로 찔끔 엉덩이를 끌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을 때 달아나려고 했다.
“도망치지 말래도.”
하지만 허리를 잡혀 단숨에 침상 끝까지 딸려 나왔다. 크고 단단한 몸과 바짝 닿는 순간 그녀가 허둥대며 외쳤다.
“오,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무엇을 말입니까?”
“그게.”
“그럼 다른 날은 되고?”
되묻는 말 속에 웃음기가 짙게 배어 들어가 있었다. 그녀의 몸이 부끄러움으로 말려 들어가자 승학은 옭아맸던 허리를 놓고 편히 등을 눕혀 주었다.
“싫다 하시면 미시는 대로 밀려나겠습니다.”
정중한 말씨에 의젓한 태도였다. 양팔로 바닥을 짚어 가두고 있는 듯한 이 자세만 뺀다면.
“재촉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차피 영원히 소저의 곁에 머무를 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