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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359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0-07-03
책 소개
목차
17. 첫걸음
18. 인과응보
19. 독(毒)
20. 배신
21. 고립
22. 구제불능
23. 발각
24. 고백
25. 완벽한 가족
에필로그
외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 이사장과 서수철이 서은수의 행실 때문에 말다툼을 벌였다’는 말이 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소문은 가장 마지막에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는 법이니, 수철은 그 소문이 더 구석구석까지 스며들도록 이틀 정도 기다렸다가 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은수와 통화하는 내내 가능한 자상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꾸며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지?”
―네.
“별일은 없지? 매부가 잘해 주고?”
―그럼요. 오빠도 별일 없으시죠?
“나야 뭐, 늘 비슷하지. 나보다는 네가 걱정이다.”
―저도 잘 지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부드럽지만 완고한 은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서은수는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이 멍청한지 모르겠다. 우진혁 정도 되는 남자와 결혼했으면 그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냔 말이다.
시아버지에게 애교를 떨든가, 우진혁의 학교에 쫓아다니며 뒷바라지를 하든가, 뭐라도 해야 할 텐데 그저 멍하니 앉아서 잘 지낸다는 말이나 하고 있었다.
우 이사장이 저를 쫓아내기 위해 눈을 시뻘겋게 뜨고 벼르는 것도 모르고서.
그래서 너는 나한테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거야.
수철은 ‘멍청한 년’이라는 비아냥을 삼키며 말했다.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항상 그렇게 잘 지내는 척하지 않아도 돼, 은수야. 시댁에서 너한테 심하게 하신다는 소문은 나도 다 들었으니까. ……어젠 정말, 내가 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더라. 사돈어른이 지금까지 계속 너한테 그러셨니?”
―어떤 말을 들었는데요?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면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둥, 가정 교육이 잘못됐다는 둥…….”
수철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은수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핸드폰 너머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대꾸도 못하는 것을 보니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수철은 짐짓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
“아니다, 이건 전화로 얘기해서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빠랑 잠깐 보자. 네가 계속 그런 대접을 받고 산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혹시, 언제 그런 얘길 들으셨어요?
그렇게 묻는 은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저께 밤에, 아는 분 생신이라길래 갔는데 사돈어른이 계시더라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렸더니 다짜고짜 그런 말을 하시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려고 해 봐도, 네가 지금까지 계속 그런 대접을 받았을 걸 생각하면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
―죄송해요. 괜히 오빠까지 그런 말을 듣게 만들어서…….
“난 괜찮다니까. 하지만 넌 계속 그런 취급을 받고 살아서는 안 돼. 네가 어떻게 한 결혼인데.”
―전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진혁 선배랑 잘 얘기해 볼게요.
은수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짙게 배어 있었다. 수철은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하며 일부러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래. 우 교수하고 잘 얘기해 봐. 정 힘들면 오빠한테 전화하고. 난, 네가 굳이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알았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네…….
통화를 끝낸 수철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은수는 소심하고 마음이 약했다. 그러니 이 정도만 흔들어 줘도 이혼당하지 않을까 불안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