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4903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1-06-07
책 소개
목차
6. 나랑 같이 있을래요, 류태승 씨?
제4부
1. 그녀를 지키는 방법이란
2. 결혼하자
3. 반복되는 꿈
4. 내일보단 오늘을, 오늘보단 지금을
5. 그날의 일을 묻다
제5부
1.네 잘못이 아니야
2. 또 하나의 처음인 일
3. 우리만의 급속 충전
4. 단 하나의 퍼즐 조각
5. 내 눈이 어떤데?
6. 그가 잠든 시간
에필로그. 영원히 이어질 행복
저자소개
책속에서
또각또각. 뚜벅뚜벅.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평일이라 조용하기만 한 안치실 복도를 울렸다. 한 손에는 국화꽃을, 다른 한 손으로는 태승의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걷던 슬이 어느 한 곳에 다다르자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태승의 걸음 또한 같은 곳에서 멈춰졌다. 슬은 왼편에 보이는 9단짜리 개인단에서 다섯 번째 줄,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을 두 눈에 눈물을 매단 채 바라보았다.
태승도 그녀를 따라 투명한 유리문에 비친 납골함에 새겨진 이름 석 자를 바라보았다. ‘故윤석현’이라는 문구가 납골함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생전 석현과 슬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가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석현과 납골함을 바라보던 슬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러다 또다시 그때 그 끔찍했던 사고의 한 장면이 겹쳐 보여 그녀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그런 슬의 모습을 바라보던 태승은 손가락을 펼쳐 그녀의 손에 단단히 깍지를 끼고는 씩씩하게 석현을 향해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처음 뵙겠습니다. 류태승이라고 합니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가 고요하기만 한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한 그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슬의 집에서 한 번, 3년 전의 그 일을 조사하면서 한 번, 그리고 지금 이렇게 총 세 번을 마주한 석현은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악수를 건넬 수도 없는 액자 속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자신도, 상대방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그저 액자 속 사진으로만 대하도록…….
살아 계셨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맞이해 주셨을까,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셨을까. 석현을 직접 만나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하고 사위 노릇, 아들 노릇해 가며 지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태승은 그 점이 못내 아쉽고 가슴 아팠다.
“제가 슬이 씨를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태승은 사진 속 석현에게 자꾸만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지독한 적막뿐이었지만 마치 눈앞에 살아 있는 석현을 대하듯 했다. 슬은 그런 그가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아파서 차마 돌아볼 수가 없었다.
“걱정하고 계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도요. 그래서 더 사랑할 겁니다. 더 사랑해 주고, 더 많이 웃겨 주며, 슬이 씨가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