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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5412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1-10-22
책 소개
목차
Chapter 8
Chapter 9
Chapter 10
Chapter 11
Chapter 12
Epilogue
외전 1
외전 2
외전 3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 그럼…… 우리 둘 다 여기까지 하자.”
개자식.
유주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이별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참한 이별은 처음이었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분하고, 억울하고…….
리옌이 불쌍해서.
멍청해서.
“그럼…… 우리, 더 할 말은 없는 거야?”
“이런 방식의 작별이 몇 번째인지 셀 수가 없군.”
“그래.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지만.”
태연한 척 말하려 했지만 울컥하는 감정 때문에 목소리 끝이 떨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직면할 바에야,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더 겪게 될 바에야 접는 게 맞았다.
역시 사귀자고 하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유주는 애써 턱 끝을 조금 더 치켜들었다.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이 뭐 같은 감정이나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은 가라앉지 않았지만 겉모습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겉모습만.
“당신이 이렇게까지 강경하다면, 나도 더는 잡지 않을 거야.”
“그래.”
리옌의 목소리는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화가 나 있었다. 도대체 무엇에 화가 났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유주는 그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양 웃음으로 흐려 버릴 생각이었다.
조소를 내뱉으며 고개를 트는 그녀의 행동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는 모른다. 손이 떨리는 걸, 들킬 것 같아 팔짱을 꼈다.
추운 밤이었다.
“그럼 이제 날 잡지도 말고, 일에 관해 얘기도 하지 마. 이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을래.”
“좋아. 현명한 선택이야.”
둘 사이에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당연하게도 리옌이었다. 그는 짧은 웃음을 토하며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당신 말마따나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어.”
냉정한 목소리였다.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끝’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