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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3162100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1-11-15
책 소개
목차
1부 범죄 심리학자
2부 뮤지컬 제작자
3부 미스터리 유튜버
4부 성형외과 의사
5부 면식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달빛에 의존해 무작정 달렸다. 눈 덮인 잔디밭과 바짝 마른 화단을 지났다. 나무들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수런거렸다. 곧 앙상한 수풀이 나왔다. 수풀 사이로 한줄기 산길이 보였다. 거기밖엔 길이 없었다. 산길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 강렬한 기시감에 발길을 멈췄다.
등골을 훑는 서늘한 기운이 찬물을 끼얹듯 정신을 깨웠고 가슴을 덜컹 흔들었다. 경수는 고개를 돌렸다.
겨울나무로 둘러싸인 2층 주택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산속이었지만 주택 내부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으로 전체적인 외관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과거에 봤던 이곳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지금처럼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이 집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머리카락이 거꾸로 뻣뻣하게 서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의심했다.
예상보다 훨씬 큰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경수는 가면을 쓴 것처럼 불편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혹여 자신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새어나갈까 항상 조심했다. 모든 순간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며 거짓 얼굴로 산 거였다.
다행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되레 이전보다 더 많은 동료가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들의 태도에 우쭐해져서 TV까지 나가 정의로운 척 떠들어댔다. TV 속 자신의 얼굴이 눈에 거슬렸지만 자신만 모른 척하면 누구도 트집 잡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대중의 신뢰가 높아졌고 고독하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쌓였다.
스스로 삶을 포기했으니 이제 됐다고, 합당한 벌을 받은 거라고, 이것이 인과응보라고,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에 휩싸여 살았다. 진짜 벌은 지금부터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