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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향연

강물결 (지은이)
  |  
메타
2022-02-08
  |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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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책 정보

· 제목 : 향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2384
· 쪽수 : 328쪽

책 소개

미래 과학은 인공 인체 개발에 성공하여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이 기술로, 사형수의 뇌에 인체를 이식한 ‘재생인간’이 탄생했고, 그들은 기피시설에 보급되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재생인간이 쓰러져 죽는다. 그리고 그것은, 다가올 재앙의 시작이었다.

목차

0 - 007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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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 328

저자소개

강물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하고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 후 대학을 나와 경제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후 출판편집자로 다수의 그림책을 편집하고 집필했다. 현재는 유아동 교육 콘텐츠를 만들며 동화와 에세이, 소설을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를 겸하고 있다. 2021 KOCCA 신진스토리 작가 육성사업 작가 공모전에 선정되어 첫 SF 장편 『향연』을 출간했다. 소설에서 작가는 물리적인 죽음 이후 다시 회복된 ‘재생인간’의 존재를 통해, 죽음과 삶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선에 의문을 던지고, 유한한 삶에 대한 참다운 가치를 일깨운다. 탁월한 문체의 향연으로 펼쳐지는 작품 속 고립된 공간은 우리 SF의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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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돈이 없거나 아미토에 반대하는 신념을 가진 집단 외에도, 아미토를 통한 신체 회복에 제약이 있는 자들이 있었다. 무기 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이었다. 죄의 경중에 따라 가벼운 죄를 지은 전과자들은 생명 연장에 유의미하지 않은 회복 정도가 허용되었고―어디까지나 지불 수단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다―무기징역 이상의 중죄를 지은 전과자들은 사형 후 본래의 뇌에 아미토로 재배한 신체를 이식시켜 강제로 회복되었다.
사회는 이렇게 사형 후 필요에 의해 강제로 회복된 이들을 ‘재생인간’이라 불렀다. 새로운 인간 종이 탄생한 것이다.
무기징역 이상의 사형수를 재생인간으로 처리하는 것은 몇 가지 딜레마를 해결해 주었다. 그 딜레마는 이러한 것이었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발달한 인권에 대한 감각이 사형은 또 다른 형태의 살인이라고 보게 했다. 하지만 극흉한 범죄를 저지를 이들을 무기한 살려 두는 것도 인권과 함께 아울러 발달한 법 감정에 위배되었다. 이러한 양립하는 시각을 두루 수렴하여 사형을 집행하되, 변형된 회복 단계를 거치게 했던 것이다. 이로써 사형수는 죽었으되, 살아났다. 완전한 의미의 갱생이었다.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유진은 물 캡슐을 하나 까서 상기의 입에 넣어주었다. 캡슐을 터트려 꿀꺽 삼키는 상기의 오른쪽 입꼬리에서 물이 흘러 내렸다. 그가 새어나온 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유배복에 푸르스름한 은빛 얼룩이 들었다. 구겨진 옷을 당겨 주름을 폈지만, 수척한 몸둥이 위에서 옷은 이내 협곡처럼 굽이쳤다. 아마포로 특별히 지은 예복이자 수의였다.
“준비됐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낱말을 툭툭 떨어뜨렸다. 이런 때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음식은 버림받고 환원자는 배를 곯는다. 유진과 눈짓을 주고받은 교도로봇이 다가와 상기를 환원실로 데려갔다. 유진은 허리춤에 꽂힌 리덕터의 해제 장치를 더듬으며 뒤따랐다.
슈만의 봄 1악장이 차츰 빠르게 짙어졌다. 봄보다 빨리 잠들 재소자가 여름을 쫓는 것처럼, 상기는 유진을 돌아보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향연장의 이음매 없는 바닥 위로 상기가 흘린 피가 물음표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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