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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2384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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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32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돈이 없거나 아미토에 반대하는 신념을 가진 집단 외에도, 아미토를 통한 신체 회복에 제약이 있는 자들이 있었다. 무기 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이었다. 죄의 경중에 따라 가벼운 죄를 지은 전과자들은 생명 연장에 유의미하지 않은 회복 정도가 허용되었고―어디까지나 지불 수단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다―무기징역 이상의 중죄를 지은 전과자들은 사형 후 본래의 뇌에 아미토로 재배한 신체를 이식시켜 강제로 회복되었다.
사회는 이렇게 사형 후 필요에 의해 강제로 회복된 이들을 ‘재생인간’이라 불렀다. 새로운 인간 종이 탄생한 것이다.
무기징역 이상의 사형수를 재생인간으로 처리하는 것은 몇 가지 딜레마를 해결해 주었다. 그 딜레마는 이러한 것이었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발달한 인권에 대한 감각이 사형은 또 다른 형태의 살인이라고 보게 했다. 하지만 극흉한 범죄를 저지를 이들을 무기한 살려 두는 것도 인권과 함께 아울러 발달한 법 감정에 위배되었다. 이러한 양립하는 시각을 두루 수렴하여 사형을 집행하되, 변형된 회복 단계를 거치게 했던 것이다. 이로써 사형수는 죽었으되, 살아났다. 완전한 의미의 갱생이었다.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유진은 물 캡슐을 하나 까서 상기의 입에 넣어주었다. 캡슐을 터트려 꿀꺽 삼키는 상기의 오른쪽 입꼬리에서 물이 흘러 내렸다. 그가 새어나온 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유배복에 푸르스름한 은빛 얼룩이 들었다. 구겨진 옷을 당겨 주름을 폈지만, 수척한 몸둥이 위에서 옷은 이내 협곡처럼 굽이쳤다. 아마포로 특별히 지은 예복이자 수의였다.
“준비됐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낱말을 툭툭 떨어뜨렸다. 이런 때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음식은 버림받고 환원자는 배를 곯는다. 유진과 눈짓을 주고받은 교도로봇이 다가와 상기를 환원실로 데려갔다. 유진은 허리춤에 꽂힌 리덕터의 해제 장치를 더듬으며 뒤따랐다.
슈만의 봄 1악장이 차츰 빠르게 짙어졌다. 봄보다 빨리 잠들 재소자가 여름을 쫓는 것처럼, 상기는 유진을 돌아보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향연장의 이음매 없는 바닥 위로 상기가 흘린 피가 물음표처럼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