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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3163015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2-04-15
책 소개
목차
1부
2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까요, 제가 바다에 대고 막 소리친 거 보신 거죠? 제가 살짝 미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음…… 하루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었거든요. 그런데 옆에 남아 있는 건 바다뿐이라서……. 그래서 막 소리 지른 건데, 지금은 속이 조금 시원해진 거 같아요.”
만덕이 바위에 톡톡 발길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 마. 나도 매일 바다에 나와 중얼거린단다. 언제든 내 얘기를 들어주는 건 바다뿐이니까. 바다는 우리 얘기를 듣고, 또 파도에 실어 멀리 보내버리기도 하니까……. 바다에 털어놓으렴. 조금은 편해질 수 있게.”
육손이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히히힛, 아즈방이랑 저는 조금 잘 통하는 거 같아요.”
아이가 방긋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사내의 거칠고 큰 손 안에 아이의 작은 손이 쏙 들어왔다. 흠칫 놀란 사내는 작고 여린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별처럼 빛나는 아이의 미소에 오히려 사내의 마음이 시렸다.
‘이 아이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이의 굴곡진 삶이 더 이상 애처로워지지 않기를 사내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갑자기 월향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즈망, 갑자기 왜 우세요?”
“네가 왜 우리 남매를 노제시켜? 왜 등이 휘게 일해서 번 돈으로 고작 우리를 살리겠다는 거냐고?”
“그야 아즈방이랑 아즈망이 제 가족이니까요. 가족도 날 버리고 떠났을 때, 그래도 날 받아주고 지켜주신 분들이니까요. 사랑과 관심을 넘치도록 받으면서 이곳에 살고 있으니까요. 물건 만들 때마다 행여라도 등잔 기름 떨어질까 봐 몰래 채워주시는 아즈방이랑, 부르튼 손에 바르라고 슬쩍 약을 가져다 놓으시는 아즈망이 진짜 제 가족이니까요. 그 보살핌 덕에 제 삶이 따끈따끈해졌어요. 그러니 다른 생각 마시고, 객주 차릴 준비나 도와주세요. 저는 탐라에서 가장 멋들어진 객주를 차릴 거니까요. 고양이가 담벼락을 뛰어넘으려면 잔뜩 웅크리고 있잖아요? 저는 오늘부터 웅크린 고양이가 될 거예요. 잘 준비해서 이때다, 싶으면 도약할 거예요. 아주 아주 높이요! 그러니 두 분은 딱 저만 믿으시고 건강하셔야 돼요. 제가 꼭 호강시켜 드릴게요.”
“으이구, 저 허풍! 으이구, 저 사고뭉치!”
월향이 빨개진 코를 팽, 풀며 눈물을 닦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