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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63163947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3-03-25
책 소개
목차
1. 지옥도
2. 외줄 타는 남자
3. 보름달 마귀
4. 호리병을 든 남자
5. 지지 않는 꽃
6. 낙서하는 아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실이 놀라 제멋대로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지르는데도 그림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실이 눈을 부릅떴다. 어둠 속에서도 어렴풋이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다소 여윈 체격. 그가 한실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달빛을 받아 생김새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다, 당신은!”
밋밋한 민얼굴이었다. 눈코입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화상 때문에 피부가 녹아버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밋밋한 얼굴엔 형체라고 부를 게 하나도 없었다.
한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순 없어. 사람이 아니라면…… 보름달 마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장승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마귀가 별안간 몸을 날려 한실을 덮쳤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바닥에 털썩 쓰러진 한실의 몸 위로 마귀가 올라탔다.
“사, 사람 살……!”
마귀가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그 외침은 한실의 목구멍에서 묻혔다.
(보름달 마귀 中)
“필요 없는 것들을 삽니다.”
“필요 없는 것들?”
“사는 데 딱히 쓸모는 없고 거추장스러운 것들 있잖습니까. 그런 것들을 사지요.”
진지한 무용의 얼굴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에이, 정색하고선 흰소리도 참 잘하시는구만.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장사가 어딨소?”
“제가 직접 하니까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마침 반월댁이 무용이 주문한 술과 안주를 내왔다. 만기는 제 편을 들어줄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반월댁을 붙잡고 말했다.
“주모, 글쎄 이 사람이 쓸모없는 것들을 사는 장사꾼이라는구만.”
반월댁이 까르르 웃었다.
“세상에, 남편이 살아있었으면 당장에 사 가시라고 했을 것을. 왜 이제야 오셨대요.”
손님들이 반월댁 말을 듣고 웃으며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나도 잔소리쟁이 마누라 좀 데려가라고 하고 싶구먼.”
“다 커서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 자식 새끼는 또 어떻고.”
여기저기서 객쩍은 농담이 터져 나왔다.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한데.”
무용이 웃음소리가 잦아들 무렵 조용히 말했다.
“그런 건 제가 취급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호리병을 든 남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