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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3169888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24-02-23
책 소개
목차
13장 사행
14장 서장자
15장 장자방
16장 왕자일난
17장 왕자이난
18장 왕위
19장 조사의란
20장 왕가
21장 옥사
22장 강상인 옥
종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차라리, 미안하다고 해.”
방원이 쥐어짜듯이 중얼거렸다.
“그저 왕비 자리가 탐이 났다고, 여인으로서 지존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고 해. 내가 이리 속상해할 줄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턱이 덜덜 떨리더니 이내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다고, 그저 상황이 이리 돌아가다 보니 욕심이 났다고. 너무너무 탐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그만 저지르고 말았다고, 잘못했다고 해. 그럼 이해해줄 테니까. 용서할 테니까. 이렇게까지는 될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해. 제발.”
“놔라.”
“마님.”
“놓으래두.”
“마님마저 이러시면 어쩝니까!”
자경은 긴 칼을 들고 금세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상인이 앞을 막아서고 행아가 자경의 팔에 매달렸다.
“놓으래도! 가서 나도 싸우겠다. 이럴 수는 없음이야!”
“아이들을 부탁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상인의 말에 손에 힘이 풀린 자경이 칼을 놓치고 말았다. 행아가 얼른 칼을 저 멀리 던졌다. 생각할수록 결국 그 말이 유언이었다는 게 기가 막혔다.
“나는 이 아이가 아버지가 아니라 장인어른을 닮았으면 하는데.”
“네?”
자경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방원이 자경을 보며 빙그시 미소 지었다.
“앞으로는 칼을 든 사람보다 붓을 든 사람이 더 필요할 테니까요. 허니 책상 앞에 진득이 붙어 앉아 책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장인어른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태어난 아이를 두고 들은 수많은 말 중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었다.
“잘 먹고 잘 자는 순한 성품은 아버지를 닮은 듯하니, 아마 공부를 잘할 겝니다. 벌써부터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아주 영리해 보인다고도 하던데요. 그 밭에 그 씨인데, 아둔할 리 있습니까. 딸 아이들도 손이 맵고 눈썰미가 좋다고 얼마나 칭찬이 자자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