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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2995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2-03-31
책 소개
목차
1장 1926년 8월 4일, 새벽
2장 목포
3장 1923년, 여름
4장 독창회
5장 평양, 그리고
6장 하얼빈
7장 재회
8장 첫사랑
9장 유작
책속에서
시작할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던 심덕이 크게 심호흡한 뒤 용문을 곧게 쳐다봤다. 흔들림 없는 시선이 단정했다. 툭 털어놓고 말을 하기로 결심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 선생님은 독창회 문제로 지난번에 제가 찾아왔을 때, 목적을 뻔히 아시면서 절 놀리셨어요. 아니라고 하지 마세요. 분명 절 놀리셨어요. 그래서 제가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드셨어요. 아마 제 입에서 선생님이 원하는 말이 안 나왔기 때문이라고, 저는 짐작했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오늘 저는 거래를 하기 위해 왔어요. 선생님께 원하는 말씀을 들려드리고 제가 원하는 걸 받으려구요. 그런데 선생님은 이번엔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융통해 주시네요. 지난번엔 안 됐던 게 왜 이번엔 되는 건지 납득이 안 가요. 제게 원하는 게 있지 않으신가요?”
용문이 웃음을 터뜨렸다. 꽤 즐거워 보이는 얼굴을 숨기지 않은 채 용문이 심덕을 비스듬히 바라봤다.
“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죠?”
“저랑 자고 싶으시잖아요.”
(4장 독창회 中)
“넌 조선에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가 나 말고 누가 또 있을 거 같으니? 단독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번듯한 공연장을 빌릴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이야. 너 나중에 단독 공연 한다고 해봐. 단 한 칸이라도 널 위해 내주는 공연장이 있나.”
“뭐야?”
“이미 공연장을 빌려서 단독 공연을 한다고 한 것만으로도 내가 어떤 위치인지 난 증명했어. 그런데 심지어 그 티켓이 팔렸어. 오로지 내 이름밖에 안 적힌 그 티켓을 사람들이 샀단 말이
다! 이런 가수가 조선에 나 말고 또 있니?”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이지. 실패할 게 뻔하니까. 이런 미친 짓을 굳이 한 언니 니가 멍청하지. 그딴 식으로 자위하지 말라. 더 구차하니까.”
“실패할 게 뻔하다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하는 일을 해서 티켓을 반이나 팔지 않았어? 클래식 공연 티켓이 반이나 팔렸다는 건 대단한 성공이야. 인정하기 싫으니?”
대단한 자기변명이었으나 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더 따지고 들면 이제 더 구차해질 쪽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챈 성덕이 분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4장 독창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