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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3894827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어떤 양아치의 죽음
제2장 어떤 어머니의 죽음
제3장 어떤 의사의 죽음
종장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카즈는 이를 악물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아빠에게 엄마는 ‘처리’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일까. 지금은 엄마를 위해서 가족이 한마음으로 기도할 때가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지. 쓰레기통에 들어 있던 그림. 좍좍 찢겨진 그림.
아빠한테 가족은 아무래도 좋은 걸까. 자기 일로 바쁘고 피곤하니까.
“자신의 마음속을 샅샅이 찾아도 절망밖에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는 것 말고는 출구가 없을 때도 있어. 괜찮아. 포기해도 돼. 포기할 정도로 너는 싸웠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빨라. 키리코, 주변으로 눈을 돌려 봐. 다른 누군가의 논리를 찾아 봐. 무심한 듯, 딱히 어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어째서인지 엄청나게 강한 게 옆에 있기도 하거든…….”
밥솥 뚜껑을 열고 밥을 밥그릇에 푸며 키리코가 물었다.
“키리코 선생에게 의사로서 일을 의뢰하고 싶어. 당연히 비용도 지불할 거고. 일이 없는 상태라면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목소리에 비꼬는 기색이 묻어났다.
“네가 나한테?”
“환자를 한 사람 봐 줬으면 해.”
아무리 키리코라도 수화기를 고쳐 쥐게 만드는 말이었다. 진구지가 가만히 키리코의 손에서 고봉밥을 푼 밥그릇을 받아서 책상에 놓았다.
“잠깐, 후쿠하라. 너나 너희 병원 의사가 볼 수 없는 환자야?”
“그래. 우리 병원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어. 아마도 너 말고는 없을 거야.”
“그런 환자가 있다고?”
“있지. ―― 후쿠하라 킨이치로.”
그 이름을 듣고 키리코는 숨을 한 번 삼킨 것 같았다.
“내 아버지, 시치주지 병원장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이쪽에서 할 테니까 사정이 되는 대로 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