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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5085544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02-20
책 소개
목차
서문
| 1장 | 메밀꽃 필 무렵
| 2장 | 깨뜨려지는 홍등(紅燈)
| 3장 | 향수
| 4장 | 소라
| 5장 | 장미 병들다
| 6장 | 오리온과 능금
저자소개
책속에서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 다. 까스러진 목 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 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꼽을 흘 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슬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 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 어진 굽을 몇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너나 내나 팔자가 기박해서 그렇지 않으냐? 그야 남처럼 버젓한 남편을 섬겨서 아들딸 낳고 잘살고 싶은 생각이야 누가 없겠니마는 타고 난 팔자가 기박한 것을 어떻게 하니.”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참이나 잠자코 있던 부영이라는 나이찬 창기가 이 말에 찬동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항의를 하였다.
--- “깨뜨려지는 홍등(紅燈)” 중에서
찔레순이 퍼지고 화초포기가 살아났다고 해도 원체 가 고양이 상판만큼 밖에 안 되는 뜰 안이라 자복이 깔 아놓은 조약돌을 가리면 푸른 것 돋아나는 흙이라고는 대체 몇 줌이나 될 것인가. 늦여름에 해바라기가 솟아나 고 국화나 우거지면 돌밭까지 가리워 버려 좁은 뜰 안은 오종종하게 더욱 협착해 보인다. 우러러보이는 하늘은 지붕과 판장에 가리워 쪽보만큼 작고 언덕아래 대동강 을 굽어보려면 복도에서 제기를 디디고 서야만 된다.
--- “향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