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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396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05-11
책 소개
목차
1부
삼각김밥 벗기는 법 · 13
꽃이 피느라 · 14
더라 설(說) · 16
붉은 발 · 18
봄 그리고 부귀리(富貴里) · 20
아무것도 없는 풍경 속으로 · 23
짓 · 24
저짝선 봄이 끝났으까 · 26
퍼커션 · 28
깜깜한 나무 · 30
솔 · 32
작별 노트 · 34
생계형 도둑들 · 36
개미귀신집에서 · 38
유니 · 40
2부
헛뿌리의 기억을 뒤적이는 날 · 45
그거 · 46
아내는, 다섯 번 더 좋을 것이다 · 48
병(病) · 49
나비 · 50
민달팽이 집 · 52
배내똥 · 54
좀꽃 · 55
딱따구리 귀신 · 56
검은 봉다리 1 · 58
빈집에 누가 산다 · 59
혹등고래의 노래 · 62
백수 부작용 · 64
사람들 · 66
가는 길 · 68
3부
궁금증 · 71
기다림에 대한 기억 하나 · 72
꿈의 변주 · 74
5월 마지막 날에 · 76
고민 · 78
초여름 · 79
우리는 · 80
유월 · 82
검은 돌 · 84
새벽마다 아래층으로 출근하는 남자 · 86
휴 · 88
잉크 · 89
꿈꾸는 물의 정원 도시 · 90
물끄러미 · 92
사상(絲狀)의 지평선 · 94
4부
말복 · 97
닭발구이집에서 · 98
탕꼬 · 100
검은 봉다리 2 · 102
새 공장 · 104
풀독 · 107
검은 봉다리 3 · 108
시는 여기서 이십 분 거리에 산다 · 110
여름나기 · 112
좀도둑 · 114
검은 봉다리 4 · 117
귀향 · 118
바람인형, 통에 구겨넣기 · 119
바라나시의 개 · 120
불행을 놓친 사내 이야기 · 122
해설 하루씩 사는 재미, 거기선 신들이 아주 가깝다고 했다/ 박성현 · 142
저자소개
책속에서
검은 봉다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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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파서야 죽을 테다
-
오늘은 아프지 않다
-
더 있다 죽어야겠다
-
봉지 아구릴 쫌맸다
-
봉지가 헛배 부르다
-
살아 있으니 죽는 것
기다려
-
바람이 좀 불고
검은 새가 날아올랐다
-
두 계절
이승을 앓고 있었다
--
퍼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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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밖을 두드린다
-
안의 소리가 조용히 걸어나와 문 열고 선다
문이 닫히고 다시 제자리로 조용히 돌아간다
-
열리자 바로 닫히며
대체로 조용히 지내는 소리들의 피정(避靜)
-
괜찮았다
-
언뜻 온순하고 순종적인
집요한
흐린 사회성의
경계심이 강한
공격적 승부욕이 조용한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손대면 탄다’
수사자와 맞먹는 이빨의 폭압성
이 모든 복잡한 소리가 하나된 개들의 축제
-
캉갈의 고요한 문 안에 든 요란(搖亂)한 정원
나무도 풀도 바람도 짐승도
사람도 돌도 물도 이 모든 것들의 하느님도
-
두드리면 아닌 듯 열렸다 닫히는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 오래된 폐문이 있다
-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너무 높거나 낮은 소리로 속삭이는 조용한 문
-
너의 소리 정원을 궁금해하던 끌림에도 그랬다
‘생 하나를 통째로 걸어야 해’
문의 속삭임에 다소곳이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
너도 조용한 문 뒤에서 지내는 열띤 그놈이었다
-
✽ 퍼커션 : 드럼, 심벌즈, 캐스터네츠 따위의 타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캉갈 : 자칼에게서 가축 무리를 지키던 산악견이며 아나톨리안 셰퍼드 도그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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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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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꽃 한 송이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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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입니다
-
초신성의 폭발입니다
-
활짝 핀 별은 곧 빛을 잃을 것입니다
-
빛이 산산이 흩어지는 잠깐 사이
어두워 안 보일 때까지 우리는
우리를 추억으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
잠깐 꽃이었습니다
-
빛이던
-
빛은 어둠의 갈피에서 핀 꽃
하얀 꽃, 어둠으로 돌아갑니다
-
소리 함께 사라지고 없는
누구였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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