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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181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20-08-31
책 소개
목차
1부
행각승 · 13
방울벌레 우는 밤 · 14
울음터 · 15
나도 가을이었다 · 16
인디언서머 · 17
가을 서정 · 18
0이 1로 비워지는 동안 · 21
나는 코끼리다 · 22
안개 무덤 · 24
시인의 집에서는 · 26
봄이 오려나 보오 · 29
슬픔만 비치는 거울 · 30
순간에 대한 이해 · 32
‘겨우’라는 시 · 34
알아요 · 36
2부
사람학 개론 · 39
우울이라는 거울 · 40
시사회 · 42
길거리 가수 김주원 · 44
둥둥 · 46
사람을 묻다 · 49
아이 · 50
너끈한 슬픔 · 51
동냥 바가지 · 52
흔적 · 54
실족 · 56
제제에게 · 58
꿈꾸는 겨울밤 · 60
우수雨水 · 62
춘궁, 그 눈부신 봄 · 64
3부
명랑 1 · 67
명랑 2 · 68
명랑 3 · 70
명랑 사 · 72
명랑 5 · 73
명랑 6 · 74
명랑 7 · 75
명랑 8 · 76
명랑 9 · 77
명랑 10 · 78
명랑 11 · 80
명랑 12 · 81
명랑 13 · 82
명랑 14 · 84
명랑 15 · 86
명랑 16 · 88
명랑 17 · 89
명랑 18 · 90
명랑 20 · 91
4부
명랑 21 · 95
명랑 22 · 96
명랑 23 · 97
명랑 24 · 98
호주머니 속 명랑 · 100
명랑 25 · 102
명랑 26 · 105
명랑 27 · 106
4월 · 107
명랑 28 · 108
R 씨 · 110
명랑 29 · 112
나 · 114
명랑 30 · 117
명랑 31 · 118
명랑 32 · 120
가방을 든 노인과 나 · 122
명랑 33 · 124
발문 집과 길, ‘사이’의 시학 / 백인덕 · 126
저자소개
책속에서
호주머니 속 명랑
--
풍선 같은 슬픔을 사랑했다
공기보다 가벼워 쉽게 터지는 울음을 한번에 울고 버리고 싶었다
-
모든 약속은 취소되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일요일 아침을 사랑했다
-
힘껏 울어도 아무도 뭐라고 말하지 않던 정말 괜찮은 날
그 뒤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던 엄마나 아버지 형들을 사랑했다
-
죽은 나비나 기어다니는 잠자리, 무언가 바닥에 길게 끌리는 소리
그런 호주머니 속 슬픔 잡동사니들을 유독 사랑했다
-
내가 써놓은 글자들을 멀리 떨어져 서서 바라보다 이것은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슬픔이라 썼다
-
슬픔을 사랑하게 된 건 순전히
눈물자국 얼룩이 남은 네 노트 갈피에서 발견한, “바부탱이 시키”
-
미처 고백하지 못한 말들이 있었다는 걸 안 뒤로부터였을 것이다
-
풍선 속에 갇혀서 잔뜩 부풀어 오른 슬픔은 하나같이 명랑해졌다
사랑하기 맞춤한 것들이었다
--
사람학 개론
--
꽃이 피는 게 아니라 나무가 피는 거지
-
눈이 오는 게 아니라 하늘이 오는 거지
-
무거워지고 있던 어떤 생각들이 몰리며
어쩔 수 없어 안이 밖으로 열리는 거지
-
사람들은 꽃이 피더라고 하지
-
한번만 꽃이라고 말해주어도
-
나무나 하늘이, 우리 가까이 오는 거지
우리에게 와선, 한 뼘 훤칠해지는 거지
-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사람을 다녀가기도 하는 것이지
--
흔적
--
겨우내,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눈사람도 다녀가지 못했다
대신 겨울비가 한번씩 내렸으므로
먼발치로 다녀가는 소리만 들렸다
-
한계령쯤에서 눈빛 나른해지다
눈으로 바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결국 사라지고 말 눈사람을
겨울만 되면
왜 기다리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
새벽으로 가끔
색깔 어두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입김을 하얗게 쏟으며 지나갔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
겨울이 마지막 가는지
입춘 날인 간밤엔 눈바람이 불었다
-
바람에 지는 벚꽃잎 날리듯 하더니
번한 데 눈은 모두 쓸어가 버리고
드문드문한 데 눈 얼룩만 남았다
-
쓸려가지 않은 눈 위로 늘어선
수상한 발자국 몇을 암호로 남겼다
-
밤새, 마음에 도둑이 들었던 건지
-
도둑눈, 도둑고양이, 도둑발자국
그리운 건 어째 죄다 그 모양인지
-
어둑한 마당을 서성이다 돌아갔을
귀를 열고 자며도 모르게 다녀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