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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679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08-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맹지 · 13
힘의 논리 1 · 14
다시, 봄 · 15
담석증 · 16
에스프레소 · 18
봄비 속을 걷다 · 19
초보 농사꾼 · 20
칼집을 내다 · 22
질주 본능 · 23
내려가는 길 · 24
뽕나무를 베다 · 26
가방 · 27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 28
잘 풀리는 집이라고? · 30
2부
몽돌해변 · 33
엄마에게 별빛이 생겼다 · 34
겨울 나비 · 36
나는 너무 캄캄해서 · 38
멍멍 짖었다 · 40
장구벌레 · 42
빗길 운전에 관한 소고(小考) · 43
아침을 여는 문 · 44
자전거 · 46
강물의 속도 · 47
잠깐이라고 하자 · 48
가을 · 50
힘의 논리 2 · 51
늪 · 52
3부
독감 · 55
나비를 보내다 · 56
칼 · 57
휘파람새 · 58
엄마는 옳다 · 60
흐르는 물을 보면 · 61
우물에 빠진 물동이 · 62
조업 · 63
바람이 지나간 길 · 64
밴드 붙이기 · 66
엄마도 운다 · 67
횟집은 춥다 · 68
하얀 색 속에 숨다 · 69
풍경 · 70
4부
리셋(reset) · 73
눈빛이 빛나는 세상으로 가자 · 74
古인쇄박물관에 활자가 산다 · 76
두더지 · 77
방전 · 78
비도 오고 그러는 거지 · 80
상처는 비겁하다 · 82
천일염 · 84
꽃잎이 날아왔다 · 85
옻순을 이겨라 · 86
소화불량 · 87
돌탑을 쌓는 자세 · 88
뽑아봐야 알 수 있다 · 90
해설 성스러운 존재에 이르는 길 / 황치복 · 91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비를 보내다
--
목울대에 기르던 나비 한 마리
저만큼 날려보내고 눈 꼭 감고 울면서 보내고,
-
나는 이제 나비 없는 계절을 살아야지
나비가 앉았던 목울대를 쓰다듬으며
가끔씩 헛기침도 해보면서
나비가 가져간
아침과 저녁과 노래와 물맛 따위나 생각하면서
생각의 끝자리에 남은
나비의 흔적을 지워버려야지
-
아주 가끔 나비의 길을 따라나서서
팔랑팔랑 손부채질을 해보면
아득하기도 해라
나비와 나의 시간들
-
날지 않는 나비의 이름을 잊은 건
조금 쓸쓸하거나 아름다운 선택이다
-
그렇다고 내 꽃밭이 다 지워진 것은 아니다
--
강물의 속도
--
느림보 강물에 닿았다
흐르는 듯 멈춘 듯 은은하게 빛나는 강물 곁에서
나도 조용히 흘러본다
-
도담삼봉을 끌어안고 흐르는 강물
거울 속 풍경에 기대보는데
모터보트가 지나간다
-
숨 쉴 틈 없이 질주하는 모터보트 속도에
속절없이 몸을 여는 강물
잠깐 물보라 솟구치더니 금방 잠잠해진다
-
어떤 빠른 속도가 와서
갈라놓아도 다시 흔들리지 않는
느림보 강물처럼
나도 오늘은 조용히 흘러본다
-
은은하게 빛나거나 보이지 않는 속도로 흘러갈
눈부신 속도를 꿈꾼다
--
몽돌해변
--
오래된 파도가 있는
익숙한 향기가 있는
몽돌해변을 걷는다
-
파도에 부딪쳐 흩어진 조각들을 맞추기에는
파도가 너무 높다
-
깎이고 부서지고 둥글어진 조각들은
어떻게 맞춰도 틈새가 넓다
틈새 사이로 바람 숭숭 드나들고
먼 데서 밀려온 부서진 것들이 자꾸 틈을 벌려놓는다
-
서로 부딪치며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를 부른다
-
그러니까 오래된 것들이란
견딜 만큼 견디고 깎일 만큼 깎여서
제 안 깊숙이 묻어두었던 것들을 무심히 꺼내놓는 것들이다
-
아름다웠다는 것은 얼마나 분명한 과거형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