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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은이)
  |  
팩토리나인
2022-08-12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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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책 정보

· 제목 :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5345839
· 쪽수 : 320쪽

책 소개

악마에게 집을 세놓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악마와 인간의 미스터리 로맨스 판타지다. 지옥이라는 주제와 상반된 밝은 글의 분위기,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작가만의 유쾌한 문체 덕에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목차

01. 지옥은 법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
02. 미숫가루 타는 법은 집집마다 다르다
03. 본인용 사후 지옥 회피권 VS 선물용 지옥 초대권
04. 비유로서의 지옥과 실제 지옥의 차이
05. 맛있게 얻어먹은 음식은 막상 내 돈으로 먹으려면 어느 가게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06. 가장 비싼 생일잔치
07. 가장 복잡한 뒷정리, 끝나지 않음
08. 어쩐지 회식이 빨리 끝나더라니
09. 주인 없는 밤, 물을 구하는 자에게
10. 우물에 고이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11. 귀찮은 일을 잊는 법: 곤란한 일과 만나다
12. 지옥은 주저앉는 자의 소리를 듣는다
13. 붉은 한 입
14. 그리고, 인간의 방식

저자소개

리러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출생. 90년대 학급문고에 자연 발생하던 책 중 스릴러와 호러와 순정만화를 주로 읽으며 자랐다. 하이텔부터 인터넷까지, 지금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양한 장르 소설을 읽고 쓰는 중이다. ‘리러하’는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 와 지은 필명으로 ‘어떤 식으로든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직접적인 단어를 빌려 기억하려 했다. 빨간 벽돌 골목길, 낮은 회색 담장, 그 위를 얼렁뚱땅 걷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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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할머니, 봤어?”
“뭐.”
“방금 나간 사람. 음식물…… 쓰레기 먹고 있었잖아.”
쓰레기라고 말해도 되겠지. 할머니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 어제부터 세줬다.”
“좀 이상한 사람 같은데. 앞으로 우리랑 같이 부엌 쓰는 거지? 방이랑 부엌이랑, 또 어디까지 같이 쓰기로 계약했어?”
“부엌 안 써.”
부엌을 안 써? 그러면 저 음식물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얻어오기라도 했나? ……점점 끔찍한 상상만 든다. 나는 머릿속을 씻어내기 위해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탱, 냉동밥이 전자레인지 플레이트에 부딪히는 소리에 할머니의 첫 마디가 묻혔다.
“……랬잖아.”
“어, 뭐? 할머니, 잘 못 들었어.”
“어린 게 벌써 귀먹었냐? 내가 예전부터 그랬잖아. 이승에서 남긴 밥은 지옥에서 먹는다고.”
“그 말이 지금 왜 나와?”
“저놈은 생전에…… 남긴 게지.”
양반은 못 되겠다. ‘저놈’, 그 남자는 국물 한 방울도 안 남은 양푼을 들고 부엌 앞을 지나갔다. 남자의 애타는 시선이 할머니의 풍요 로운 식탁을 훑었다. 혹시라도 남자가 양푼 설거지를 우리 부엌에서 할까 싶어 나는 식탁 앞에 버티고 섰다. 다행히도 남자는 부엌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은 납을 펴 바른 듯 생기가 없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옷차림도 잔뜩 구겨진 정장인데, 곳곳에 피와 흙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신발을 안 신었다. 집 안이니까 양말 바람으로 걷는 건 당연하지만, 그 양말이 흙투성이인 건 안 당연하잖아. 꼭 어디 야산을 헤집고 다닌 것처럼 말이다.
남자는 좀비처럼 비척비척 걸어가 복도 끝에서 문손잡이를 잡았다.
“저기요, 거기 보일러실인데.”
나도 모르게 남자에게 참견했다.
남자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상관없어요.”

남자는 양푼을 끌어안고 보일러실 안으로, 아니, 보일러실 너머 불타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불붙은 양말이 불꽃 발자국을 남겼다.
복도에 전해지는 건 열기뿐이 아니다. 비명도 흘러들어온다. 한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레퍼토리는 ‘살려 달라’, ‘차라리 죽여 달라’, ‘난 잘못한 게 없다’로, 최소 세 종류 이상이었다. 때로 비명이 멈출 때 그 빈 자리는 더 먼 곳의 신음이 채웠다. 살과 금속과 가죽이 부딪치는 소리도 함께. 귀를 막아야 할까, 눈을 감아야 할까. 나는 어느 쪽도 못 한 채로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 01. 지옥은 법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


“꼬리 더럽게 기네. 문도 못 닫고 다녀?”
할머니가 어느새 다가와 보일러실 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소리도 열기도 사라졌다. 아침부터 무슨 개꿈이지? 나, 깨어 있는 거 맞지? 나는 다시 보일러실 문손잡이를 비틀어 열었다. 약간의 열기가 전해지고 문틈으로 또다시 비명이 들렸다. 할머니가 짜증을 내며 문을 걷어차 닫았다. 하지만 불꽃의 정경은 아직도 내 망막 위에 일렁이는 것만 같다.
“할머니, 할머니……. 지금, 그거 뭐야? 어?”
“내가 그랬잖아, 계약했다고.”
“어, 그래. 새 세입자 구했다고 했지. 근데 지금 저거 뭐냐고? 이젠 하다 하다 약쟁이를 구해왔어? 내 아침밥에 약 탄 거 아니지?”
사실 점점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긴 했다. 이 동네 공사판은 거의 정리되었고, 근처에 번듯한 회사나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요즘 세상에 누가 화장실도 공동으로 써야 하는 낡은 단독주택에서 세를 살려 하겠어. 리모델링할 상황도 아닌지라 할머니 미간이 점점 구겨지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정말 약쟁이를 받아왔나? 하지만 할머니 대답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약쟁이 아니다. 지옥이랑 계약했어.”
지옥? 회사 이름인가? 여기를 회사 기숙사로 쓰겠다는 걸까?
할머니가 설명을 이었다.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 빌려주기로 했다. 아까처럼 죄인들 좀 오갈 거야. 함부로 문 열면 험한 꼴 본다.”
“험한…… 꼴?”
“정신 어따 팔아먹었어! 괜히 지옥 들여다보고 비명 질러서 누가 신고하는 꼴, 볼 일 없게 하라고. 알어?”

밥그릇에 물을 받고 신발을 구겨 신고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자 뒤늦게 현실의 텁텁한 공기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아침에 내가 본 거 도대체 뭐야? 잠이 덜 깼나? 할머니한테 드디어 치매가 왔나? 근데 치매가 나한테도 옮나? 나는 언덕길 위, 우리 집을 올려다 보았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으리으리했을 단독주택. 그리고 새 입주자인지 입주기업인지는 상념에 젖을 여유마저도 주지 않았다. 다락방 안쪽 창문에 뭔가 달라붙은 모습이 보였다. 오징어 빨판 같던 그 동그라미들은 순식간에 하나하나…… 눈알의 형태를 갖추었고, 나는 그 시점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게 내가 ‘지옥’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그것도 임차인으로서 세상에 나타난.
- 01. 지옥은 법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


누군가 버스 정류장 구석에서 토하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폭발 직전의 재떨이처럼 빽빽하다. 사방에서 피로에 절은 냄새가 난다. 나는 입을 틀어막고 내일 공부해야 할 범위를 곱씹었다. 복학하면 죽어도 장학금은 타야 한다. 어쨌든 돈과 공부를 생각하는 게 지옥의 축소판 같은 밤거리를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생각을 바꿨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옥을 과소평가했습니다. 감히 밤거리 정도를 지옥이라 불러 죄송합니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건 혀를 길게 빼물고 기어서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달팽이가 지나간 듯 침이 넓게 번들거렸다. 쟁기를 문 소가 천천히 그 뒤를 쫓았 다. 나, 저거 학습만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거짓말한 사람 혓바 닥에 농사를 짓는 지옥이 있다던가. 죄수를 따라잡은 소가 발바닥을 핥았다. 희한한 비명이 복도를 갈랐다. 소는 이제 도망자를 끌고 걸었고, 도망자는 복도에 긴 손톱자국을 남겼다. 지옥의 세입자 들이 남긴 흔적은 길어야 하룻밤 정도면 사라진다. 하지만 내 기분 에는 흔적이 남는다.
괜스레 소름이 돋아, 나는 양팔을 문지르며 남겨진 손톱자국을 조심히 넘었다. 소는 문을 닫을 줄 모르니, 소가 돌아간 지옥의 소리가 복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지옥의 형태는 정말 다양했다. 할머니가 나를 가르치기 위해 빌려 오던 동서고금의 지옥 이미지는 댈 것도 아니었다.
흰옷을 입은 죄수들이 모여 중얼거리는 방도 있다. 그들은 고장난 녹음기처럼 굴었다. 말하는 문장은 간단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화창하네요. 점심은 맛있게 먹고 나왔어요? 그럼 다음에 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한 명쯤은 문장을 잘못 말하기 일쑤다. 죄수들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지고, 그들의 귀에웬 이어폰이 들어간다. 죄수들은 이어폰을 뽑으려고 귀를 후벼 파다가 하나둘 주저앉기 시작한다. 그들이 지옥의 이어폰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의자 빼앗기 게임을 하던 방도 있었지. 순해 보이는 사람이 의자를 누군가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얻어맞았다. 그 딸로 보이는 죄수가 제 엄마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 엄마는 왜 언제나 내 것을 양보하면서 당신이 생색내냐고.
눈밭을 먹던 사람도 있었다. 정확히는 눈밭에서 어떤 물건을 찾나 본데, 먹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나 보다. 그는 눈덩이를 모아 식도로 꾹꾹 밀어 넣었다. 죄수가 식도가 얼어붙는 고통으로 울 때마다 눈물은 얼어붙어 다시 방을 눈으로 채웠다. 내가 방문을 닫았을 때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르릉거리는 진동 후 누군가가 눈사태에 파묻히는 소리도.
어떤 형태의 지옥이든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악당이 죗값을 받는 순간은 통쾌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저 사람들이 생전에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지 모른다고. 통쾌함을 즐기려면 그전에 삶은 고구마처럼 갑갑한 이야기가 필요하잖아. 그렇다고 지옥행을 약속하는 강력범죄 이야기로 인류애를 잃고 싶은 마음도 없다.
- 03. 본인용 사후 지옥 회피권 VS 선물용 지옥 초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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