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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5348359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11-08
책 소개
목차
0 1과 0의 세계
1 나와 anti-나의 세계
2 시들지 않는 세계
3 점과 획의 세계
4 전해주지 못한 세계
5 빌려주지 않는 세계
6 폭우가 내리는 세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판도라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절대 열지 말라던 상자를 굳이 열고야 말았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니까. 정말로 열어선 안 되는 상자였다면 처음부터 주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더군다나 열지 말라 해놓고선 바닥에 희망을 숨겨두는 것은 또 무슨 장난일까. 결국 희망을 찾으려면 상자를 열어야만 한다니. 세상에 재앙을 불러왔을지언정 판도라가 스스로 상자를 열었기에 인류는 신으로부터 하사받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 상자에 손을 대려는 것도 당연한 마음이다.
“지구 생명체를 선물하는 건 어때요?”
“동물을 데리고 갈 수는 없어. 이미 여럿 죽여서 여론이 바닥이거든.”
“제가 생각한 건 식물이에요.”
선우가 휴대폰을 꺼내 직접 찍은 집 베란다 사진을 보여주었다. 정갈하게 가꿔진 화분이 가득했으며 차분하고 섬세한 그와 잘 어울리는 전경이었다. 나는 얼굴을 선우 쪽으로 쑥 들이밀어 휴대폰을 보는 척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선우는 평소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땐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확대해서 보여준 건 작은 소나무 화분이었다.
“여기 가운데에 있는 건 소나무 분재예요.”
“음. 고급스럽네.”
“보기에도 멋있고 의미를 담기에는 더욱 좋아요.”
“어떤 의미?”
“소나무는 식물개체 중 제법 항상성이 높은 종자예요. 사시사철 푸르고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초록 잎은 생명을, 흑갈색 뿌리는 굳건한 육지를 상징한다고 봐요. 이 아름다운 식물이 하나의 지구인 것이죠.”
“이 우주는 모든 것을 쌍생성합니다.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가 있듯이 물질이 탄생하면 반드시 어딘가에 반물질이 생성되지요. 그리고 쌍소멸을 피하기 위해서 두 물질은 서로 다른 차원으로 흩어지는 운명을 가집니다. 지구의 반물질에 해당하는 반-지구, 그것은 바로 SP이며 반대로 SP의 입장에서 반-SP에 해당하는 별이 지구입니다. 얼마나 멋진 거울우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