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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인간

녹색인간

이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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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인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녹색인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5397036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21-04-23

책 소개

남자는 직장 상사의 소개로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한인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인연을 맺는다.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남자는 미국의 삶에 막연한 기대를 하는데...

목차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XII.
XIII.
XIV.
XV.
XVI.
XVII.

저자소개

이욱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하와이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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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누군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막연히 그리워한다는 것이 사람을 사소한 걱정거리로부터 쉽게 벗어나게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사춘기 때 좋아하던 여자아이 생각에 밤잠을 설쳤을 때와 같은 심정으로 나는 며칠간 들떠 있었고 회사 일에도 마음을 집중할 수 없었다. 며칠을 두고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생각했으나 가까운 곳도 아니고 이국에 살고 있는, 만나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전화를 걸자니 할 말도 문제였지만, 혹시나 이야기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그녀에게 호감을 주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 어쩌면 요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는 솔직히 그녀와 순조로운 대화를 나눌 자신이 없었기에 선뜻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녀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전화 통화에서처럼 직접 대화를 나눔으로써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나 반응을 즉시 알 수는 없겠지만 편지를 쓴다는 점이 오히려 더 낭만적이고 신중할 것 같았다. 또다시 며칠간 나는 그녀에게 쓸 편지의 문구를 생각하느라 고등학교 때 첫 연애편지를 쓸 때의 흥분되고 가슴 뛰는 달콤한 연애 감정에 들떠 있었다.


달라스국제공항을 벗어난 택시는 리 잭슨 메모리얼 하이웨이를 들어서면서부터 속력을 불이기 시작했다. 도로 주변의 낙엽을 날려 보내며 흰색 쉐비 카프리스는 빠르게 하이웨이를 가로질렀다. 도로 주변에 빽빽하게 심겨 있는 나무 사이로 비치는 저녁 햇살이 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 맑은 가을 하늘, 쾌적한 공기, 그리고 한적한 도로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택시는 미끄러지듯이 달리고 있었다.
“정민 씨 단풍 든 나뭇잎들이 너무나 예쁘지 않아요?”
창밖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치를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는 나에게 은숙이 물었다.
“어, 정말 예뻐, 그렇지만 제 옆에 있는 은숙 씨만큼은 예쁘지 않아요.”
그녀의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면서 나는 말했다.
“그동안 하나님께 기도드리면서 정민 씨와 함께 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흥분한 듯 떨리는 음성으로 은숙은 말을 이어나갔다.
“공항에서 정민 씨를 보았을 때 너무나 반가워서 울 뻔했어요. 사람이 많아서 꾹 참았지만 정민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어떤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느꼈습니다.


자동차 세일즈를 한 지 1년이 되어갈 무렵 은숙이 일하는 병원에 넣은 이력서에 답장이 왔다. 간호보조원 자리를 모집한다는 은숙의 말을 듣고 100% 커미션에 의존하는 자동차 세일즈보다 주급을 받고 의료보험이 있는 간호보조원이 안정적이지 않으냐는 은숙의 말에 동의하여 한 달 전에 집어넣은 이력서였다.
사실 나에게 세일즈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기초로 하는 세일즈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재미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 한 1년간 매달려 보았으나 자존심이 강한 성격에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도 싫고 비위를 맞추며 입에 발린 소리 하기도 힘들었다. 또 자동차 파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이어나간다는 것도 마음에 께름칙했다. 수입도 일정치 않았고 다른 세일즈맨들과 어울려 다니며 주말이면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러 다니는 내가 못마땅했기에 은숙도 계속 자동차 세일즈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련 없이 일 년 만에 자동차 세일즈를 그만두고 은숙이 일하는 알링톤 내셔널 호스피탈에 간호보조원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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