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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5398422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21-06-11
책 소개
목차
食母(식모)
루시의 訪韓記(방한기)
神(신) 없는 神(신) 앞에
無聊(무료)한 승부
액자 속의 인생
建築獻金(건축헌금)
花蝶記(화접기)
박덕칠 사장과 자가용
하나님 음성
왜 그렇게 되었어
집안일 돌보는 남자
내가 죄인이라고
내 손으로 밥을 지어주고 싶다
박 권사와 고난 설명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방학하고,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나오는 날 아침이었다. 갑자기 식모가 자진해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의외의 반가운 소식이었다.
“왜 갑자기 그만두려고 그러세요.”
아내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나 명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엊저녁 밤에 예수님이 나타나서 나보고 북쪽으로 가라고 하등만요.”
“북쪽이요?”
“내가 양을 먹이는디 풀이 갑자기 노랗게 죽어버리는 것이 아닝게라우. 그래서 근심했더니 걱정 말고 북쪽으로 가라고 하드랑게요.”
“그래서 북쪽 어디로 갈려구요?”
곽 선생이 호기심이 생겨 물어보았다.
_ 식모
전등을 확 켜자 잠결에도 눈이 부셨는지 왼편으로 돌아누우며 이 양은 오른발로 이불을 휘감아 안았다. 핑크빛 파자마 사이로 희멀건 허벅지가 탐스럽게 드러났다. 얄밉게도 흰 살결에 오뚝한 콧날, 우묵한 눈자위가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퍽 요염하게 비쳤다. 탐욕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는 손님들은 그녀를 이 양이라고 부르는 대신 마 양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꼭 서양 마네킹처럼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미국 GI와 한국 여인 사이에 태어난 가련한 고아라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아마 공부를 시키고 기능만 길렀더라면 그녀는 다방에만 묻혀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정혜란은 그녀의 궁둥이를 철석 갈겼다. 그리고 부스스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 양아, 오늘은 네가 밥 좀 해. 식모(가사도우미)가 집에 가고 없지 않니?”
그리고는 또 계속했다.
_ 신 없는 신 앞에
“형님, 너무 도도하게 굴지 마십시오.”
“무슨 소리요? 내가 잘못 들었소?”
그들은 교대로 거침없이 물어댔다.
“형님, 도대체 삭발한 이유가 뭐요? 이유나 들어봅시다.”
또 삭발 수난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 오해는 말아줘. 난 삭발이 내 개성에 맞는 조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갑자기 하게 된 거요.”
“그거 좀 이유치고는 치사하고 비겁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실이요.”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봅시다. 형은 요즘 사태에 대해 전혀 울분을 느끼지 않습니까?”
“요즘 사태라뇨?”
“꼭 말을 해야 합니까? 형사들이 학원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서울에서지만 교수나 동료 학생들이 구속된 일 등등 말입니다.”
_ 무료한 승부